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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과 절경이 공존하는 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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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과 절경이 공존하는 철원

입력
2004.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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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의 강렬함이 완연히 꺾였다. 진초록으로 물결치던 논자락도 영근 알곡들로 점점 노란빛으로 진화한다. 서서히 퇴장하고 있는 여름, 그 끝자락을그냥 놓치고 싶지 않다면 강원 철원으로 떠나보자.서울에서 차로 2시간이면 닿는 철원은 용암대지가 빚어낸 천혜의 절경과 함께 전쟁의 상처 등 역사의 질곡을 그대로 담고 있는 유적의 땅이다.

● 한탄강 협곡의 호쾌한 절경

오대미로 유명한 철원 평야를 가로지른 물줄기가 바로 한탄강이다.

금강산 아래서 발원해 평강 철원 연천을 지나 임진강으로 합류하는 136km의 짧지 않은 강이다. 그 생김새는 독특하게도 조각칼로 땅을 깊게 파낸 듯 들판 한가운데서 푹 꺼진채 협곡을 이룬다. 양 절벽을 메아리 치며 흐르는 거센 강줄기의 호쾌함은 이 곳만의 자랑이다.

이 협곡이 빚어낸 경치 중 백미는 순담계곡. 수만년의 시간, 강물이 깎고또 깎아낸 암벽들이 여행객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이곳은 한탄강 래프팅의 메카이기도 하다. 여름철 특히 주말이면 강물은 보트로 가득차고 협곡은 온통 노젓는 구령소리로 웅웅거린다.

관광유원지로 개발된 고석정은 철원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경승지. 강물 위로 20여m의 기괴한 바위가 우뚝 서있는데 신라 진평왕과 고려 충숙왕이정자를 짓고 풍류를 노래했던 곳이고, 임꺽정의 전설이 깃든 장소이기도 하다. 고석정 인근 철원군의 유일한 호텔인 철원온천호텔은 여름내 쌓인 피로를 풀기에 제격이다.

고석정 2km 상류 지점의 직탕폭포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강폭 80여m의넓은 물줄기가 갑자기 뚝 끊어져 수직 낙하한다. 수년 전 인기 드라마 ‘덕이’의 배경으로 많이 나왔던 곳이기도 하다. 생성원리와 모양이 닮아 ‘한국의 나이애가라’로 불리운다.

● 분단의 상처가 고스란히

한탄강 협곡을 가로질러 구철원과 신철원을 잇는 승일교는 두개의 아치가빚어내는 모습도 빼어나지만 건설에 얽힌 역사도 재미있다.

해방 직후 철원이 북한 땅일 때 공사가 시작됐다가 전쟁이 끝나고 남한 땅일 때 공사가 마무리된 ‘남북 합작’ 다리다. 다리를 가만히 바라다 보면두개의 아치가 각기 다른 모양임을 알 수 있다.

현실의 짐에 짓눌려 가슴이 먹먹한 이라면 피안에 이른다는 절집 도피안사를 그냥 지나치지 말 것. 민통선 안의 한적한 이 사찰은 신라 때 도선국사가 창건한 곳으로 국보인 철불 비로사나불상이 모셔져 있다.

도피안사에서 휴전선을 향해 조금 더 올라가면 길가에 앙상히 그 골격만 남은 노동당사가 나타난다. 기둥과 벽에는 여전히 총탄자국이 무수하다. 노동당사 주차장에는 당시 노동당사를 중심으로 시가지를 이뤘던 옛 철원읍의 조감도가 설치돼 있다.

금강산전철의 시작점이었던 철원역, 곡물검사소, 여러 은행과 학교 등 일제 때 쌀의 집산지로 번성했던 옛 철원읍을 그려볼 수 있다. 지금은 수풀에 덮혀 흔적조차 찾기 힘들지만….

이밖에 철원의 동쪽 끝 복계산과 서쪽 끝 금학산은 가족나들이 코스로 적합하다. 복계산에는 매월 김시습이 은거했던 매월대와 매월폭포가 있고 복수산 자연휴양림이 지척이다.

휴양림 가는 잠곡댐 입구의 누에마을(잠곡리)은 ‘농촌체험마을’로 민박을 하며 직접 농사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곳이다. 금학산은 끝없이 펼쳐진철원평야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철원의 명산. 이 산의 계곡인 담터계곡은 그 물이 맑고 차가워 한 여름에도 발을 담그고 있기가 힘들 정도다.

/철원=글ㆍ사진 이성원기자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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