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의 부친이 일제 때 헌병 오장(伍長ㆍ하사)을 지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교사를 지내다 일군에 자원 입대했고, 징병을 기피한 동포들을 쫓아 색출하는 일을 했다는 것이다. 여러 친일 유형 중에서도이 같은 친일 행각은 대민 일선에서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선량한 민중을 가장 괴롭혔던 경우가 아닌가 짐작된다.사실이 밝혀지기 바로 몇 시간 전 까지도 역사를 말하고 과거정리를 전파하던 신 의장의 처신과 행적이 씁쓸하기가 그지 없다.
부친의 친일 그 자체만으로 부담과 책임을 신 의장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볼 일은 아니다. 이렇게 됐으니 대표직을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싶지도 않다. 그 보다 더 중요하게 보아야 할 일은 정권과 여당이 마치 국가의 명운이 걸린 양 부르짖는 과거사규명이라는 문제가 굴곡의 역사를 살아 온 우리에게 어떤 것인가를 생생하게 확인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일생은 부끄러웠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엔 치명적이었으니 신 의장은 끝까지 거짓말과 궤변으로 구차하게 가족사를 감추려 했다. 한 잡지가 진실을 파헤치지 않았다면 “역사에서 밀린 숙제를 놔두고 다음 진도를나가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말을 두고두고 계속했을지 모른다.
일제 헌병인 부친이 ‘민족주의적’이었다든가, 입대동기가 ‘빈한한 가정’ 탓이라고 그는 부연한다. 하긴 어느 친일인사도 그런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과거사 논쟁의 선봉에 선 그가 먼저 고백을 하지 않았고, 할 수 없었다는 데 핵심이 있다.
이제 여권은 친일의 실상이 이렇듯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음을 확인했으니과거규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나설 것인가. 아니면 “연좌제는 안 된다” “극복할 기회를 줘야한다”는 지도부 말대로 그에게 과거규명의 선봉역을 계속토록 할 것인가. 혼란스런 국민에게 대답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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