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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4.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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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은 원래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 아닙니다. 무주 구천동에서 백련사를 지나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은 험난하기도 하지만 오르막의 연속이어서 난코스로 정평이 나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르기 쉬운 산이 됐습니다. 무주리조트의 곤도라 덕분입니다.원래 이 곤도라는 스키어들을 실어나르는 리프트입니다. 그러나 스키시즌이 지나도 이 곤도라의 운행은 멈추지 않습니다. 단돈 1만원에 힘들이지 않고 덕유산 정상을 밟을 수 있으니까요.

지금 덕유산 정상을 오르는 관광객의 십중팔구는 곤도라를 이용합니다. 이제 백련사를 따라 정상으로 향하는 관광객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신 설천봉에서 향적봉으로 향하는 관광객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가관입니다. 등산화를 신은 사람은 찾기 힘듭니다. 운동화나 샌들 정도는 양호한 편입니다. 뾰족구두에 슬리퍼를 신고 산을 오르는 사람도 눈에 띕니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 않습니다. 연령도 다양합니다. 초등학생들이 단체로 오르는 가 하면, 칠순의 할머니가 양말만 신고 정상을 향해 걸음을 내딛기도 합니다.

곤도라라는 문명의 이기는 케이블카만큼 장단점이 있습니다. 우선 적지 않은 나무를 베어내야 합니다. 또 쉽게 산을 오르는 만큼 많은 관광객이 몰려 2차적인 환경훼손도 우려됩니다.

찬성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높고 험한 산을 오르는 것이 힘있는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나 특권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입니다. 어린이나 노약자도 쉽게 산행의 재미를 맛볼 수 있다면 그것을 권장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 사람이 많아도 일정한 루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환경훼손도 적을 것이라고 강변합니다.

곤도라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덕유산을 오르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속살을 제대로 보려는 관광객은 줄었다는 사실입니다.

쉽게 오른 만큼 조금만 더 발품을 팔면 어떨까요. 백련사를 지나 구천동으로 가는 코스는 정말 추천할만 합니다. 이도 아니라면 중봉까지라도 다녀오시죠. 모처럼 큰 맘 먹고 먼 길을 와놓고 산의 진가를 보지 못하고 돌아간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테니까요.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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