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한의 한발이었다.17일 오후(한국시각) 아테네 마르코풀로사격장에서 열린 사격 남자 50m 공기권총 결선. 7발째(모두 10발) 과녁을 겨냥하던 진종오(25ㆍKT)가 갑자기 총을 내렸다.
제한시간 70초는 반을 훌쩍 넘어갔다. 초초해진 진종오가 방아쇠를 당겼지만 표적지 중앙 아래로 밀린 6.9점. 관중석이 술렁거렸다.
사소한 실수가 다 잡은 금메달을 앗아갔다. 문제는 방아쇠 윗부분에 달린 센서. ‘방아쇠 센서’는 손가락으로 가리고 쏘면 총알이 발사돼 점수를 매기게 하는 전자감응장치.
7발째 방아쇠를 잡은 그의 손가락이 아래로 쳐지는 바람에 센서를 가리지 못했고, 총알이 나가지 않자 당황한 진종오는 시간에 쫓겨 방아쇠를 당겼다.
0.4점으로 앞서가던 진종오는 나머지 세발에서 실수로 뒤진 1.4점차를 극복하지 못했다.누가 봐도 ‘아까운 경기’였다.
하지만 뜻 깊은 은빛 메달이다. 사격 공기권총 사상 첫 메달이었다. 진종오는 강원사대부고 시절 교통사고를 당한 데다 대학에선 오른쪽 어깨를 다쳐 몸 안에 뼈를 고정하는 금속 지지대를 박는 대수술을 받기도 했다.
올림픽 출전도 꿈만 같다. 선발전에서 이상도에게 밀려 출전이 좌절됐던 그는 “여자권총 출전권 1개를 반납하는 대신 남자 권총에 배당해달라”는 대한사격연맹의 요구로 올림픽에 나설 수 있었다.
/아테네=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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