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가 17대 총선 선거비용 및 정치자금에 대한 실사를 벌인 결과 당선자 299명 가운데 4명만을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한 것은 당초 예상보다 규모와 강도 면에서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의석 수 면에서는 과반을 불과 2석 넘긴 열린우리당 의원이 3명이나 포함돼 있다는 점은 향후 정국 구도에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을 예고한다.무엇보다 현재 검찰이 현역의원 95명을 입건해 27명을 기소하고 22명에 대해 조사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관위가 4명을 추가로 고발 또는 수사 의뢰함에 따라 검찰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여대야소 구도가 역전될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당은 강성종 오시덕 의원 등 4명이 이미 1심 재판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은 데 이어 김동철 김맹곤 의원이 추가로 선관위에 의해 고발 또는 수사의뢰를 당하자 당혹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정쟁의 소용돌이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내수 침체와 유가 급등으로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등 악재가 겹쳐 있어 이대로 가다간 내년 4월에 치러질 재·보선 결과를 장담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정기국회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들의 이동을 전제로 한 대규모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선관위의 조치가 이 같은 시나리오의 현실화를 앞당기는 촉매가 될 지 모른다는 다소 성급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선자 4명만을 문제삼은 선관위의 실사 결과를 놓고선 뒷말이 적지 않다. 선관위측은 현역의원 19명을 고발 또는 수사의뢰했던 16대 총선과 비교해 "단속 및 처벌 강화로 돈 안 드는 선거문화가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사 과정에서 계좌 추적권과 유사한 금융거래자료제출 요구권을 500여건이나 발동한 점을 감안하면 '봐주기 실사' 또는 '권한 남용'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거래자료제출 요구권 발동 건수가 특정 후보들에 집중됐다며 '표적 실사' 논란도 제기하고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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