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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2004/女트랩 동메달 이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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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2004/女트랩 동메달 이보나

입력
2004.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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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메달 딴다고 했죠? 섬에 계신 부모님께 감사해요.”애국가는 울리지 않았지만 그는 당당히 시상대에 올라 약속을 지켰다. 아버지께 구릿빛 생일(8.16) 선물도 했다. 6월 충북종합사격장에서 만난 그는 “아테네에서 일을 내 섬에서 김 양식하느라 고생하는 부모님께 기쁜 선물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16일(한국시각) 클레이사격 여자 트랩(날아가는 한 개의 표적을 맞춤)에서 동메달을 딴 육군중사 이보나(23ㆍ상무)는 한국 클레이사격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안겼다. 올림픽 출전 28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종전 최고기록은 애틀랜타(96) 남자 더블트랩에서 박철승(현 상무감독)이 세운 4위.

아무도 예상치 못한 메달이었다. 본선 공동 6위로 ‘승부 쏘기’ 끝에 6명이 겨루는 결선에 간신히 오른 이보나는 초속 30m가 넘는 강풍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들린 듯 11㎝짜리 접시(피전)를 박살냈다.

25발 중 단 2발만 놓쳤다. 결선만 따지면 1위 기록. 다른 선수들은 바람 앞에 속수무책. 한발한발 순위를 뒤바꾼 이보나는 결국 한발 차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4월 2004아테네월드컵 여자 더블트랩에서 한발차로 아깝게 4위에 그친 한(恨)을 설욕한 셈이다. 그는 “점수를 보지 않고 표적에만 집중했다. 꿈만 같아 아무 생각이 안 난다”고 했다.

화가가 꿈이었던 이보나는 전남 신안의 당사도가 고향인 섬 처녀. 중1때 공기소총과 연을 맺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아버지 이상섭(55)씨를 돕기 위해 군에 지원하면서 국내에 등록선수가 4명뿐인 더블트랩으로 전향했다.

이번 올림픽 출전도 꿈만 같다. 주전선수의 페이스메이커에 불과했던 그는 “‘모든 일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라’는 부모님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총을 쏜” 덕에 예상치 못한 올림픽 출전권도 따냈다. 이보나의 주종목은 트랩이 아니라 더블트랩(날아가는 두개의 표적을 동시에 맞춤). 둘은 사격 스타일이 달라 이보나는 더블트랩에만 매진해왔다. 그는 “트랩은 한번도 연습한 적이 없어 가벼운 마음으로 했더니 좋은 성적이 났다”며 기뻐했다. 그는 18일 더블트랩에서 다시 메달 사냥에 나선다.

/아테네=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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