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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관광객을 위한 거리 가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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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관광객을 위한 거리 가꾸기

입력
2004.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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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여행상품은 저렴하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헐하다. 대개 3~4일간의 외국여행 비용이 개인의 왕복항공료보다도 싸다. 패키지 관광의 개척자는영국의 토머스 쿡이다. 1840년대 철도시대 개막에 맞춰 그는 단체관광을 조직했다. 유럽 유람단을 출범시키고, 세계일주 상품도 내놓았다. 고객은세상 견문을 넓히려는 야심 찬 전문 직업인들이었다.작가 마크 트웨인은 “쿡은 여행을 쉽고 즐거운 것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쿡은 세계 어디라도 갈 수 있는 표를 판다. 어디서든 안심하고 호텔에 묵고, 바가지 쓸 염려도 없다. 웬만한 역에는 여행사 직원이 기다리다가 짐을 받아준다. 여행 중 낭패를 겪어도 쿡이 있으면 안심할 있다.…이렇게 선전을 하지만, 나는 떳떳하다. 쿡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노동의 종말’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은 관광업이 새로운 경제의 선봉장이라고 주장한다. 선진국의 중산층 이상에겐 더 이상 살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집에 차가 두세 대 있고, TV도 몇대씩 있으며, 온갖 가전 제품을 갖추고 있으므로 상품소비는 거의 한계점에 이르렀다. 더 살 상품이 없는 사람들의 돈이 흘러가는 곳은 문화체험 부분이라는 것이다. 문화체험의 대표 상품이 관광업이다.

세계 관광산업을 눈 여겨 보아야 한다. 관광업은 각국의 가장 큰 수입원이다. 세계여행관광협의회 자료를 보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선진국 인구 중 관광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가장 많다.

전세계 노동인구의 10%가 관광업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2008년까지 세계국가의 국내 총생산에서 관광의 비율은 2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세계관광기구 또한 동아시아ㆍ태평양지역 관광시장이 가장 성장할 것으로예측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초 외국인의 한국방문 권장 광고에 출연하는 등관광업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는 말도 자주 들려 왔다. 지금은 의욕적 캠페인을 보기 어렵고, 관광업을 독려하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문화관광부’라는 명칭에서 ‘관광’을 빼야 한다는, 허영심에 현혹된 발언도 들려오고 있다.

관광문화에 정성을 기울이고 투자해야 한다. 미래형 주요 산업이고, 굴뚝없는 산업이며,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산업인 까닭이다.

예전 서울시의 한 문화관련 회의 기억이 씁쓸하다. 그 회의에서 관광업을장려하는 한 상징으로 대표적 전통ㆍ문화의 거리인 인사동에 패루(牌樓) 같은 조형물을 세우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중국 국내와 세계 차이나타운에 높이 세워진 패루는 중국인의 긍지를 알리는 상징이자 거리를 아름답게장식하는 조형물이다.

담당 공무원은 “여기는 중국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내 주장은‘패루 같은 것’이지 패루는 아니었다. 큰 관광지마다 그곳이 한국임을 알리는 한옥형 건축물이 몇 채는 반드시 서 있어야 한다. 외국인이 그 앞에서 사진도 찍어, 두고두고 한국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야 한다.

외국 관광객이 밤에 쇼핑, 식도락과 함께 즐기는 것이 길거리 구경이다. 동아시아의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에는 고색창연한 옛 건물들이 발걸음을 즐겁게 한다. 우리 거리들은 산책하기에 매력적인가. 관광자원을 너무 방치하는 것은 아닌가.

다시 제안하고 싶다. 우리 거리들이 지나치게 서구적 건물로 채워지고 있다. 국내외 길거리 구경꾼들을 위해서라도, 전통의 흔적이 사라져 빈곤한문화 거리나 관청 거리에 번듯한 홍살문이나 일주문을 세우자.

홍문(紅門)으로도 불리는 홍살문은 궁궐이나 관청, 능, 원(園) 등의 정면에 세워지는 문이다. 일주문은 지붕이 있고, 홍살문은 없다. 화려한 중국의 패루와 달리 형태가 단순한 이 건축물들은 오히려 현대적 조형감각이 있다. 문화는 물려받고 또 새로 창조해 가는 것이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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