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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고용허가제 불안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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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고용허가제 불안한 출발

입력
2004.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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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역의 A 자동차 부품회사는 외국인노동자 40여명 중 10여명이 불법체류 노동자다. 12시간 맞교대 작업을 하는 공장에서 주간 일을 하는 아줌마 근로자를 제외하고 한국인 생산직 근로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지난달부터 정부단속이 강화되면서 이 공장은 불법체류자들에게 야간근무만 시키며 단속을 피해왔다. 이 회사 사장 Y(42)씨는 "한국인 근로자는 2∼3일을 못 버티고 나자빠지는데 불법체류자를 내 보내면 기계를 어떻게 돌리느냐"며 "공장문을 닫지 않으려면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푸념했다. 17일부터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시행되지만 벌써부터 불안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강력 단속에도 불법체류자가 오히려 늘어나는 등 당초 기대와는 엇나가고 있는 것이다.

고용허가제 시작부터 삐걱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불법체류자의 '버티기'로 불법체류자 문제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자칫 고용허가제가 유명무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3D업종의 영세 중소기업은 고용허가제에 따른 정부단속으로 불법체류자들이 도피하면서 오히려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정부합동단속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불법체류자는 오히려 6,000명가량이 늘어 17만2,000여명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합법화 조치 이후보다 무려 3만여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불법체류자들도 "조금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단속을 피해 '안전가옥'에 숨거나 '잠행'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1996년 800만원을 들여 관광비자로 입국한 뒤 8년째 불법체류를 하고 있는 방글라데시인 A(30)씨는 "그간 임금체불과 병치레로 벌어놓은 게 없다"며 "돌아가 사업할 돈이라도 있어야 출국을 할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처럼 불법체류자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정부가 불법체류자를 포함한 전체 외국인력규모를 40여만명 수준에서 고정시킬 방침이어서 향후 고용허가제나 산업연수생제 등 합법적인 외국인력도입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어 파행운영이 불가피하다.

성남 외국인노동자의 집 김해성 목사는 "과거 10여년동안 불법체류자의 자진출국을 종용하는 정책을 20여 차례나 폈지만 일회성 행사에 지나지 않았다"며 "정책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불법체류자 문제뿐만 아니라 고용허가제 정착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용허가제 어떻게 시행되나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려는 사업주는 먼저 1개월간 내국인 구인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다음 고용안정센터에서 고용허가를 신청, 한국산업인력공단을 통하거나 외국인 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3년간 채용할 수 있게 된다.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게는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고용허가를 받아 취업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최저임금과 노동3권 등 기본적인 권익이 보장되지만, 사업체의 휴·폐업 등 불가피한 사유가 아닌 이상 사업장을 바꿀 수 없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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