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용기 있는 과거사 진상 규명' 지침을 내린 후 관계기관들은 후속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심하고 있다.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기관은 국정원이다. 내부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정원 과거사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의혹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고영구 국정원장과 김만복 기조실장 등은 16일 서울 L호텔에서 참여연대 등 7개 시민·인권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국정원 조사기구에 시민단체들이 참여해줄 것을 제의하는 등 자체 조사를 독려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고 원장은 "국정원이 과거에 본연의 업무에서 일탈한 경우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기 위해 스스로 진실 규명에 나설 것"이라며 협조를 요청했다. 상당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국정원의 진상 규명 의지를 어느정도 평가하면서도 "3기 의문사위가 구성된 뒤 조사 기구를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이미 법적으로 밝혀진 사건은 가급적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되 위원회가 조사 대상을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국정원의 자체 조사 대상으로는 최종길 전 서울대 법대 교수 사망, 장준하 선생 사망, 민청학련·인혁당 조작 의혹, 이내창씨 사망, 이철규씨 익사 사건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1987년 대선 직전 발생한 KAL858기 폭파 사건과 1973년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 사건 등의 재조사에는 부정적이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까지 별도 조사기구 설치 계획이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윤광웅 장관 주재의 회의를 거친 뒤 입장이 전격 선회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 주재 회의를 통해 우선 국방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국민들이 원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필요하다면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조사기구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방부에선 노 대통령이 지시한 과거사 범주가 군사정권 시절의 문제 전반이 아니라 군내 의문사에 한정되는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최기문 경찰청장은 "경찰이 관련된 과거 문제는 이미 거의 공개된 상태"라며 "(추가 조사가 필요한 사안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청장은 그러나"만일을 대비해 다시 한번 조사해 볼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법무부와 검찰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법무부측은 이 문제에 대해 "공식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으며, 검찰도 "주례 간부회의에서 거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김정호기자 azure@hk.co.kr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