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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과거청산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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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과거청산의 빛과 그림자

입력
2004.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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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정치권이 계속 요동칠 모양이다. 그간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노무현대통령이 과거사 청산을 밀고 나갈 것임을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즉, 노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에서 반민족친일행위를 비롯한 과거 권력의 인권침해와 불법행위에 대한 포괄적인 진상 규명 작업을 제의하고 나선 것이다.이를 바라보는 심정은 양면적이다. 우선 밀린 숙제를 하게 된 시원한 기분이다. 물론 그 동안 김영삼 정부의 ‘역사 바로 세우기’로부터, 민주화진상규명법과 의문사진상규명법의 과거사 규명 노력, 그리고 얼마 전 통과된친일진상규명법 등 굴절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작업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간의 과거사를 포괄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경제난 등을 이유로 과거사나 논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노 대통령의 지적처럼 올바른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서라도 왜곡된 역사는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축사를 들으며 최소한 세 가지 점에서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없었다. 우선 노무현 정부가 과연 이 같은 포괄적인 과거사 규명을 주도하기에 적합한 주체인가 하는 회의이다. 과거사 규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주체가 이를 추진할 수 있을 만큼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하고, 동기가 정략적이라고 의심을 받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의 논쟁이 보여주듯이 노무현 정부는 그런 것 같지 않다. 얼마전 ‘박정희와 JP-편법의 부메랑’이라는 칼럼(7월 27일자)에서 지적했듯이 노무현 정부가 유신과 같은 독재와 친일 같은 굴절된 역사를 바로잡겠다고 팔을 걷고 있지만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도부 다수가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을 위한 유신 총리(JP)와의 연대로부터 JP의 총리 지명, 나아가 영남 공략을 위한 김대중 정부의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지지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과거사 규명으로 평가받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화해와 진실위원회’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를 추진한 만델라 정권이 우리와 달리 과거 정권들과 정략적으로 협력한 적이 없고, 또 과거사 규명을 그 때 그 때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복절 축사에서 노 대통령이 최소한 유신 세력과의 연대, 박정희기념관 건립 추진 등에 대해 침묵하고 지지했던 자신의 과거에 대한 자기비판을 먼저 한 뒤, 즉 자신의 과거사 청산부터 먼저 한 뒤 과거 청산을 이야기했어야 설득력이 있었다.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이유는 또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의 위험이 크고 위헌의 소지가 많다고 반대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의 개악, 국가교육정보행정시스템(NEIS) 강행, 이라크 파병 강행 등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과거사 규명의 대상이 될 반인권적 정책들을 강행하면서 과거정권의 인권침해를 규명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과거 청산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과거 청산의 대상이 될 반인권적 정책을 더 이상 만들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나라당도 지적했듯이 광복절 축사가 일제 문제, 고구려사 문제 등 일본과 중국에 대한 쓴 소리는 전혀 담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얼마 전 천정배 원내대표가 일본 방문 중 NHK와 인터뷰에서 “친일진상규명법은 순수 국내 문제이지 일본과 선린우호 관계를 해치거나 이를 겨냥해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발언함으로써 이부영 중앙상임위원으로부터 친일진상 규명 문제가 왜 국내용인가라는 쓴 소리를 들은 바 있다.

물론 우리 스스로 친일청산도 못하면서 일본에 대해 과거사 시비만 해 온것은 문제이다. 그러나 정반대로 친일청산을 단순히 국내용으로 사고하는것도 문제이긴 매한가지다.

손호철/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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