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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속에 막내린 '파리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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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속에 막내린 '파리의 연인'

입력
2004.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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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면 허전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화나는 결말이에요.’ ‘단막극이나 영화였다면 반전이 기발한 아이디어일지 몰라도 20부작 드라마에서 불과 마지막 7분에 뒤집기는 무리 아닌가요.’최종회 시청률 57.6%(닐슨미디어리서치)라는 화려한 성적표를 거머쥐며 15일 종영한 SBS ‘파리의 연인’ 홈페이지 게시판에 오른 글들이다. 드라마 속 모든 내용이 태영(김정은)의 시나리오 이야기로 처리된다고 알려져네티즌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던 ‘파리의 연인’의 결말이 종영 이후에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김은숙, 강은정 작가는 알려진대로 기주(박신양)와 태영의 사랑을 단순한상상으로 처리하는 대신 환상과 현실을 교묘히 섞는 기법으로 결말을 맺었다. 기주가 파리에서 태영과 재회하는 장면에 이어 제3의 인물로 등장한 김정은이 시나리오를 쓰는 장면을 집어넣어 그간 이야기가 시나리오일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곧바로 태영과 기주의 결혼 사실을 보도한 신문을 보여줌으로써 두사람의 사랑을 ‘현실’로 끌어왔다. 이어 김정은이 연기한 제3의 여인과박신양이 연기한 또 다른 남자가 태영, 기주와 비슷한 상황에서 만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김은숙 작가는 “태영과 기주의 사랑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열린 결말’을 맺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낯설어 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는 그의 말처럼, 복잡한 결말의 의도는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

이런 결말에 대한 견해를 묻는 인터넷포털 다음의 온라인투표에서 16일 오후 현재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60.5%에 달하고,‘무난하다’와 ‘감동적이었다’는 각각 22.8%, 12.1%에 그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환상을 극대화’하려던 작가의 ‘깊은’ 뜻이 오히려 ‘환상을 깨는’ 결과를 낳은 것은 ‘막판 뒤집기’라는 시도 자체가 낯설 뿐더러, 그 의도를 살리지 못한 엉성한 연출과 편집 탓이다. 최종회에서 보여준 박신양과김정은의 연기도 석 달 넘게 전국을 열광시킨 주인공들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어설펐다.

이 모두 한국 드라마 제작의 고질적 병폐인 ‘초치기’와 ‘시청자 눈치보기’의 결과다. 12일 나온 마지막 대본의 내용이 알려져 항의가 빗발치자우왕좌왕하던 제작진은 그 날 밤 늦게야 결론을 내리고 15일까지 촬영을 계속해 겨우 방송을 내보냈다.

간접광고의 범람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GM대우, VOV, PAT, CJ CGV 등12개 업체로부터 제작지원을 받은 ‘파리의 연인’은 극의 많은 부분을 간접 광고로 채워 눈총을 샀고, 결국10일 방송위원회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재벌2세와 가난한 여성이 등장한 뻔한신데렐라 스토리를 세련되게 그려 낸 기획과 연출력은 돋보인다. 여기에 ‘애기야, 가자’ 등 숱한 유행어를 낳은 호소력 있는 대사와 화려한 영상, 주ㆍ조연 할 것 없이 캐릭터를 100% 살려낸 연기가 어우러져 시청자들을매료시켰고, 시청률 면에서도 기록을 남겼다.

TNS 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14회에 시청률 50%를 넘어 2000년이후 가장 빨리 50%를 돌파한 작품이 됐고, 1992년 이후 방송된 드라마들가운데 평균 시청률 12위를 차지했다.

/김대성기자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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