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단둘이 백두산을 걸어서 등반한 일이 있었다.계곡이 나타나고 천지에서 흘러내리는
작은 폭포들과 시냇물이 소리를 내며 흐르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마침내 양말을 벗고 발을 담그셨다.
얼음장 같은 계곡 물에 아버지와 나란히 발을 담그고 있던
나는 문득 아버지의 발을 씻겨 드리고 싶어졌다.
처음에는 사양하던 아버지도 가만히 맡겨 두고 계셨다.
어쩌면 내 생애 처음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씻겨 드리는 것이 될지도…. 고개 숙인 내 눈에 눈물이 고였다.
― 정진호의 '치유의 꿈, 루카스 이야기' 중에서 ―
★ 백두산 등반, 일생에 한번 하기도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발을 씻겨 드리는 일은 살아만 계시면,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저도 백두산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백두산은 아직도 그곳에 있고, 계곡 물은 여전히 맑게 흐르고 있지만 아버님은 지금 이 세상에 계시지 않습니다. 늦어버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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