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의 희생양은 미국이었다. 16일 새벽(한국시각)은 미국 대표팀에게 악몽의 시간이었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던 남자 수영 100m 평영의 브렌단 한센은 일본의 가타지마 고스케(1분00초08)의 대관식에 들러리만 섰다.시드니올림픽에서 패배를 안긴 호주에게 복수하려했던 남자 수영 자유형 400m 계영팀은 상상도 못했던 남아공의 신들린 물길질에 넋을 잃었다. 세계 최강 ‘드림팀’으로 불렸던 남자농구대표팀은 푸에르토리코에게 19점차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펠프스의 8관왕 목표도 수정
남자 자유형 400m 계주 결승이 열린 올림픽아쿠아틱센터은 경기 시작 전부터 흥분의 도가니였다. 관심의 초점은 두 가지. ‘수영 신동’ 마이클 펠프스(미국)와 ‘인간 어뢰’ 이언 소프(호주) 중 누가 먼저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거느냐. 그리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서 미국을 무너뜨리며 이 부문 세계 정상에 오른 호주와 명예회복을 별러온 미국 중 최후의 승자는누가 될 지였다.
그러나 스타트와 함께 세계의 관심은 남아공에 쏠렸다. 남아공의 1번 주자로너드 마크 스코맨은 물개처럼 헤엄치기 시작했고 이어 2,3,4번 주자 역시 놀라운 폭발력을 발휘했다. 선두를 단 한 차례도 빼앗기지 않고 결승점에 도착한 남아공의 기록은 3분13초17. 시드니서 호주팀이 세웠던 세계기록(3분13초67)을 0.5초 앞당겼다. 펠프스도 소프도 어쩔 수 없는 완벽한 승리였다.
미국팀은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단일 올림픽 최다관왕’인 8관왕을 노렸던 펠프스는 “실망스럽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지난 대회 우승팀 호주는 6위에 그쳤다.
드림팀 몰락의 시작인가
같은 시각 미국 남자 농구대표팀의 래리 브라운 감독은 차라리 수영팀이 부러웠다. 수영팀이 느낀 수모는 고작 3분. 하지만 그는 40분 내내 쥐구멍을 찾는 심정이었다.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를 올해 NBA 챔피언에 올려 놓은 지도력을 인정 받아미국의 드림팀을 맡은 그도 손을 쓸 수 없는 완패였다. 92대 73. 프로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린 1992년 이후 한 차례도 패한 적 없는 ‘드림팀’은 그렇게 무너졌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었다. 작은 섬나라 푸에르토리코에는 NBA 출신 선수가 고작 2명. 그러나 다윗은 영리했다. 푸에르토리코는 치밀한 수비와 ‘방심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속공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선봉장은 아로요 칼로스(25ㆍ유타 재즈). 185cm의 작은 키로 장대 숲을 헤치며 종횡무진, 24점을 올리며 앨런 아이버슨, 팀 던컨 등 특급 스타들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구겨 놓았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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