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공식 언어로 인정할 경우 모국어 파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영어 공용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국제번역학회(IATISㆍ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ranslation and Intercultural Studies) 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한 테오 허만스 이사장은 16일영어 공용화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벨기에 출신으로 영국런던대 네덜란드 및 비교문학 담당 교수인 그가 영어 공용화론에 반대하는견해를 피력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14일 숙명여대에서 창립총회와 학술대회를 개최한 국제번역학회는 미국, 서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27개 국 번역학자들이 대거 참석해 결성한 단체로 국제 수준의 번역학회가 결성된 것은 처음이다. “활발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 번역학의 학문적 기틀을 다진다”는 게 허만스 이사장이 밝히는 설립 취지다.
그는 특히 한국 사회 일각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온 영어 공용화 논의에 대해 “영어를 도구로 사용하는 것과 공식 언어로 인정하는 것은 다르다”고 의견을 말했다. 그는 “영어는 영어대로, 한국어는 한국어대로 제각기 고유언어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다”면서 “이렇게 볼 때 영어 공용화는 고유한 문화자산으로서의 한국어의 지위를 파괴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세계화 시대에서 힘을 더해가는 영어의 지배력에 대해서는 “그만큼 영어에 대한 각국의 저항도 거세진다”면서 “영어를 통해 각국의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는지, 상호 이해가 증진되는지도 풀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번역학은 번역문화가 발달한 서유럽에서도 1970년대 이후에야 인정받기 시작한 학문이다. 번역학의 전망과 연구 방향에 대해 허만스 이사장은 “무엇보다 신기술의 발전에 맞춰 번역의 형태를 어떻게 맞춰 나갈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면서 “특히 세계화와 발맞춰 지역화도 함께진행되고 있는 시기에 번역을 매개로 만나는 문화가 어떻게 반영되는지, 또한 어떤 대상이 표상되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번역학이 한국에서 관심을 모으는 데 대해 그는 “번역을 기술로서가 아니라 문화적 힘으로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면서 “번역을 사회와 연관된 것으로 사고할 때에만 다양한 분야에 걸친 활발한 연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연합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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