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전 광복회장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민족과 국민을 위한 상생의 큰 정치를 펴라고 간곡하게 당부, 이목을 끌었다.항일 원로인 그는 노 대통령이 친일 규명의지를 새롭게 천명한 그 자리에서, 정치권은 민족적 큰일을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또 민족이 다시 큰 시련을 맞은 때에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국민을 편가르는 것을 한탄했다.
이 기념사가 유난히 크게 울리는 것은 대통령 앞에서 쓴 소리를 한 때문만이 아니다. 일제 통치를 겪지 않은 세대가 친일 규명을 놓고 강퍅하게 대립하는 마당에, 광복군 출신 독립투사가 그릇된 과거사 논란을 경계한 것이 다시 없이 준엄한 꾸짖음으로 들리는 것이다.
국내외 정세를 걱정하며 이념 갈등과 편가르기를 한탄하는 우국충정을, 과거 민족사의 시련을 몸소 겪고 투쟁한 경륜이 없는 이들은 누구나 숙연한자세로 경쳥해야 한다.
김회장은 민족 분단과 외세 개입에 따라 민족사의 흐름에서 소외된 백범 김구 선생의 측근이었다. 따라서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해 민족사가 왜곡된 것이 누구보다 한스러울 것이다.
이런 이가 친일 등 과거사 규명의 정략성을 경계한 이유를 모두가 깊이 헤아려야 한다. 이를테면 독재유산 청산을 명분으로, 일제 수탈기관을 위해일한 경력을 기반으로 거부가 된 인물의 재산 찾기에 매달리는 모순된 행태가 정략과 무관함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한층 경청할 것은 국내외 정세에 대한 우려다. 근세이후 민족사를 뒤틀리게 한 국내외 여건을 통찰, 정세 변화에 대응하는 국가적 방책을 고민하는것은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담기지 않은 이런 고민을 팔순의 항일투사에게서 듣는 것은 참담한 아이러니다. 편협한 과거사 논쟁에 가담한 이들 모두가 부끄러움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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