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스크랩을 뒤지다 옛날 기사 하나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2000년 10월 하순 본보 ‘서울 라운지’란에 실린 서울 독일인클럽 레나테 플룩바일 회장의 인터뷰였다. 남편을 따라 서울에 사는 주부인 플룩바일씨는 이렇게 말했다. “사무실이나 주택, 택시 버스 안은 여름에는 너무 시원하고 겨울에는 너무 덥다. 모든 집에 3중 보온 창이 돼있고 날이 추워져도 웬만하면 스웨터를 껴입고 견디는 독일인으로서는 겨울에도 집에서 반팔을 입고 사는 한국인들을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최근 채용전문기업인 코리아리크루트가 전국의 직장인 827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50.9%가 사무실 내 과도한 냉방으로 냉방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통 및 현기증, 눈물 기침 콧물 전신피로감 등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들의 51.9%는 사무실 냉방이 과도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지독한 불황으로 고생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은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의 경우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씁쓸하다.
■1979년 2차 오일쇼크 이후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국내 총생산(GDP) 1,000달러 당 에너지 소비량을 최대 40%까지 줄였지만 우리는 오히려 늘렸다. 에너지 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터키 아이슬랜드 등과 함께 최고 수준이다. 무역협회는 한국이 일본 대만 등 경쟁국에 비해 에너지를 상대적으로 많이 소비하는 산업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어 유가 변동에 따른 영향도 크게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동안 수 없이 에너지 고 효율화를 외쳐왔지만 무엇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1, 2차 석유 파동 때에는 정부가 에너지 절약시책을 주도했는데 요새는 도대체 절약을 모르는 것 같다.” 얼마 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최규하 전 대통령이 “석유 파동을 몸소 겪어서인지 기름 문제에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여름철 적정 냉방온도는 26~28도 입니다. 실내외 온도차가 5도를 넘지 않도록 해 전력 낭비를 줄이고 냉방병을 예방합시다.’ 정부가 낸 광고 내용이다. 정부는 이 광고가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일까. “여야 할 것 없이 에너지 문제에 잘 대응해야 한다. 특히 (공무원들은) 몸을 내놓고 노력해야 한다”는 최 전 대통령의 말이 갈수록 새롭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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