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대에 서진 못했다. 하지만 금메달만큼 값진 7위였다. 남유선(19ㆍ서울대1)이 올림픽 무대에서 결선에 진출한 것은 한국 수영 40년만의 쾌거였다.시도 때도 없이 고뿔을 앓던 유치원생은 엄마 손을 잡고 수영장을 다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소년체전 선발전에서 덜컥 2등을 한 게 ‘수영 선수’란 꼬리표를 달게 된 계기였다. 중3때 첫 출전한 시드니올림픽(2000) 개인혼영 200m에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 탓”에 26위에 그쳤다. “되지도 않는 운동은 그만하고 공부나 하라”는 부모에게 그녀는 “(올림픽 무대에) 딱 한번만 더 서보겠다”고 졸랐다. 전교 1, 2등을 다투던 그는 올해 서울대에 합격했다.
올해 6월 수영국가대표팀에 합류하자마자 한달간 사이판 전지훈련을 떠났다. 몸은 새카맣게 타고 물안경 쓴 부위만 하얗다. 그래서 별명이 ‘배트맨’이다. 14일 오후(한국시각) 엔트리 27명 중 21위였던 그는 아테네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여자 개인혼영 400m에서 4분45초16으로 예선종합 8위를 기록하며 결선(8강)에 진출했다. 5년 만에 깨진 한국기록(종전 4분47초74)이었다. 평소 자신의 기록을 5초 가까이 줄였다. “팔이 엉키지 않기만 바랬다”는 그는 “전광판을 보곤 내 기록이 아닌 줄 알았다”며 밝게 웃었다.결선에선 7위를 했다. 8명이 겨루는 ‘올림픽 수영 결선’은 한국선수에겐 꿈의 무대였다. 시드니올림픽 여자 평영 200m 구효진이 이룩한 11위가 최고였다.
김봉조 수영감독은 “수영연맹 창립 이래 최고의 날”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한국 선수론 처음으로 올림픽(64ㆍ도쿄ㆍ자유형 400m)에 참가했던 한국 수영의 증인. 그는 “이제야 뜻을 이루었다”며 “2008베이징에선 메달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아테네=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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