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과거사를 포괄적으로 다루기 위한 국회의 진상규명특위 설치를 제안했다. 이 시기 대통령의 상황인식과 국정 우선가치가 과거문제에 달려있음을 확인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민생과 경제가 추락 직전의 힘든 때에 왜 국민을 어루만지고 앞날의 전망을 제시하는 힘찬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는지 실망이 크다.친일행위의 규명은 필요하다. 또 국가권력의 불법적 인권침해도 밝힐 게 있으면 밝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로 국민에게 전해야 할 국정 메시지로는 다수 국민의 공감과는 거리가 먼 수준으로 들리기만 한다.
친일진상 규명만 해도 그 타당한 범위, 합리적 방법 등을 놓고 심한 논란을 빚는 중인데, 여기에 노 대통령은 ‘지난 역사에서 쟁점이 됐던 사안들’로 과거사 정리의 문제를 마냥 확대하고 있다.
국회가 특위를 설치해서 규명해야 할 그 ‘쟁점’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국정의 핵심 영역으로 갖고 갈 일이 아니라는 점 하나는 분명해 보인다. 특히 과거정리가 중요하다면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나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유독 침묵하는 처사는 더욱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의문사진상조사위가 대통령 직속인 탓에 그 활동 중에 빚어진 국가정체성 논란이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까봐 국회특위의 발상이 나온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있다. 또 이런 문제를 국회가 다룰 경우 어떤 선의의 취지도 한 순간에 정쟁으로 전락할 개연성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분열을 극복하고 화해를 원한다면 그 발상과 방법이 모두 통합적인 것이어야 한다. 위기는 깊어 가고 희망은 찾기 어렵다. 노 대통령은 애써 자신감을 말했지만 민생이 죽어가고 국가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신감이 생겨 날 리가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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