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친일 행위와 국가기관의 인권 침해, 불법 행위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국회 진상 규명 특위 구성을 제안했다.노 대통령은 "역사는 미래를 창조하는 뿌리"라며 과거사 규명이 역설적으로 올바른 미래를 창조하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같은 논리로 이 같은 작업이 분열의 역사를 종식하고 진정한 통합으로 이끄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이날 제의는 적지 않은 논쟁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친일 행위와 과거 정권의 인권 침해 등에 대한 진상규명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시각이 불식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유신정권과 5·16 직후의 상당수 사건들도 국가기관의 불법 행위 사례로 거론될 수 있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8·15를 맞아 친일 행위를 비롯한 과거사 규명 필요성 정도는 언급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노 대통령은 "이제 와서 기득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진상 규명 이후의 포용 조치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제의가 '미래를 향한 분열 종식' 보다는 자칫 '과거를 둘러싼 정쟁'을 낳을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과거사 진상 규명 대상에는 군사정부 시대의 의문사 뿐 아니라 국회에 법안으로 계류돼 있는 삼청교육 피해, 북파 공작원 문제와 6·25 전후의 제주 4·3사건, 거창 양민학살 사건, 노근리 사건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국가 기관이 먼저 용기 있게 밝히라"고 언급함에 따라 국정원과 국방·행자·법무부와 경찰 등에서의 후속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다.
한편 노 대통령이 한국 근현대사를 둘러싼 내부 정리 필요성을 거론하면서도 외교 현안인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전혀 거론하지 않은 것도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외교부가 적절히 대응하면서 장기적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므로 대통령이 굳이 광복절 메시지로 언급할 필요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과거사 규명과 함께 제시된 또 다른 메시지는 우리 국민의 자신감 회복이다.
노 대통령은 "중국의 미래는 밝게 보고 일본의 현재도 높이 평가하면서 정작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과소 평가하고 있다"면서 "동북아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선택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주요 변수"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자주 국방은 한미동맹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라며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을 모두 강조했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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