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메달을 쥔 ‘작은 거인’ 최민호의 경우는 체급종목의 어려움을 여실히보여주었다. 한국 남자 유도에서 금메달 후보 0순위였던 그는 결전을 앞두고 무려 5㎏를 감량했다가 쥐(경련)가 나는 바람에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그의 평소 체중은 65㎏. 60㎏으로 줄이기 위해 지난 3일간 물만 마셨다. 그래도 부족해 뛰기와 사우나를 병행했다. “몸이 근육질이어서 감량이 더힘들었다”고 말했다. 경기 당일 아침에야 겨우 계체량을 통과했다.
최민호는 첫 경기인 32강전에서 호주의 파이처에게 누르기를 허용, 고전한끝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첫 경기 도중 왼쪽 다리와 양 손에쥐가 나기 시작했다. 물을 벌컥 마시고 출전한 16강전도 고전 끝에 승리했다.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코치진의 부축을 받고 내려온 최민호를 팀닥터는 장딴지와 양손 엄지 손가락에 주사 바늘로 50여곳을 찔러 피를 뽑는 응급조치를 했다.
갑자기 몸무게를 줄이면 몸에서 수분과 염분이 빠져나와 종종 근육경련이 일어난다. 회복에 필요한 시간은 최소 두 시간. 하지만 8강전은 15분 후.상대는 몽골의 차반가트.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난생 처음 ‘누르기패’를 당했다.
최민호는 패배 후 두 시간의 휴식을 취하고 패자부활전에 나서 내리 3판을 업어치기 한판승으로 이겨 동메달을 땄다.
권성세 감독은 “저런 상태로 동메달을 딴 것만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최민호는 “앞으로는 66㎏급으로 올려 2006년 아시안게임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아테네=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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