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것은 색(色)만이 아니었다.산의 용모는 더욱 다기(多岐)하다. 혹은 깎은 듯이 준초(峻痒)하고, 혹은그린 듯이 온후(溫厚)하고, 혹은 막잡아 빚은 듯이 험상궂고, 혹은 틀에 박은 듯이 단정하고. 용모, 풍취가 형형색색인 품이 이미 범속(凡俗)이 아니다.” 소설가 정비석(1911~1991)이 수필 ‘산정무한’에서 묘사한, 천태만상 기암괴석으로 이룬 금강산의 절경은 50년 가까이 꿈속에서나 가볼 수있었던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이 18일부터 10월24일까지 지난 세기 미술대가들이 그린 금강산 그림을 모은 ‘그리운 금강산’전을 연다.
10월2~8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총회를 대비해 기획된 특급 전시.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ICOM대회는 전세계 150여개국의 박물관, 미술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문화올림픽’이다.
덕수궁미술관 기혜경 학예연구사는 “우리 국토의 정화(精華)로 칭송되는금강산을 테마로 한 작품들을 통해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과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우리 근대사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번 전시에는 안중식을 비롯한 대가들이 190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제작한회화 45점이 나온다. 지금까지 금강산을 테마로 한 전시가 주로 진경문화를 이끈 조선 후기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과 차별적이다.
이번 전시는 진경산수의 전통과 서구적 풍경화 개념이 조우하는 20세기 전반의 금강산 회화가 자리하는 ‘산수와 풍경의 만남’, 조선미술전람회(선전) 출품작을 사진으로 만나는 ‘조선미술전람회 속의 금강산’, 한국전쟁과 분단 이후 갈 수 없는 땅으로서 금강산의 이상적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들로 이뤄진 ‘마음 속 풍경’ 등의 주제로 나뉘었다. 지난 세기 화폭에서금강산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도록 짜여진 구성이다.
황성하의 ‘금강산 10폭 병풍’과 김우하의 ‘삼선암’, 그리고 순종의 응접실로 사용된 창덕궁 희정당에 궁정벽화 양식으로 그려진 김규진의 ‘금강산만물초승경’ 등은 전통 관념산수에 사생을 통해서 직접 파악한 풍경을 결합시켜, 신비로운 금강산의 자태를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일제 치하에서 금강산 관광의 전성기에 그려진 임용련의 ‘만물상 절부암’은 수묵담채화 같은 느낌이 들도록 그린 유화이고, 나혜석의 선전 출품작‘금강산 만상전’은 전통 회화 기법에서 상당히 거리를 둔 작품이다.
분단 이후의 작품으로는 노수현의 ‘관폭’, 박생광의 ‘보덕굴’, 변관식의 ‘단발령’ ‘옥류청풍’ 등의 한국화 작품들이 나온다. (02)779-5310
/문향란기자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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