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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정책 다시 도마위에

입력
2004.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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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을 위한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로 물가불안 우려가 가중되면서 물가 방어를 위해 기존의 고(高)환율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제기되고 있다. 물가상승을 무릅쓰고 경기진작을 위해 금리를 내린 만큼 환율정책에서 물가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조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그러나 재정경제부는 외환시장안정용 국채의 발행 한도를 확대하는 등 시장개입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는 데다 물가를 잡기 위해 환율을 희생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환율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뜨거워질 전망이다.

15일 재경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박 승 한은 총재는 콜금리 인하 직후인13일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국제학술대회 강연에서 “외환보유액 축적을 줄이더라도 국민들의 고통을 줄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수출을지원하기 위해 환율하락(원화 절상)을 필사적으로 막아온 재경부의 정책방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외환보유액은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사들일 때 늘어나며, 달러매수는 달러 가치를 끌어올려 원화가치의 상대적 약세를 유도하게 된다. 원화가치가 낮아지면 그만큼 수출가격 경쟁력이 올라가 수출에 도움이 되지만, 수입물가 상승으로 국내 물가 부담은 가중되고 내수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김태동 금융통화위원도 최근 한 라디오방송에서 “한은이 물가부담을 알면서도 경제성장을 위해 금리를 인하한 만큼 정부도 환율정책에서 물가압박을 줄여줘야 한다”며 “오른손이 움직였으면 왼손도 움직여 박수가 되는정책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마당에 원화가치마저 하락(환율상승)하면 물가에 이중고가 될 수 있는 만큼 수출 견인용 고환율 정책에서 한발 물러나 환율의자연스러운 하락을 용인해 줄 것을 주문한 것이다.

앞서 한은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잇따라 정부의 환율정책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냈다. 한은은 “환율상승이 수출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소비와 설비투자를 저해한다”고 지적했고, KDI는 “우리나라의 거시경제 여건은 물가상승 및 내수위축을 더욱 경계해야 할 시점”이라며 환율의 신축적조정을 주문했다.

그러나 재경부는 콜금리 인하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시키기 위해 환율정책을 동원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수출을 위해 인위적으로 원화를 절하시키지 않을 것이나, 물가안정을 위해 절상시키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부는 특히 한은의 관리 대상인 근원인플레이션율(전체 물가에서 농산물과 에너지 물가를 제외한 것)은 목표수준(2.5~3.5%)을 벗어나지 않고 있어 물가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경부 최중경 국제금융국장은 최근 “다리 한쪽(내수)이 부러졌다고 성한다리(수출)를 마저 부러뜨려 균형을 맞출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해 환율방어에 계속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특히 환율정책으로 인한 내수 위축 및 물가상승 압력 가중 우려에 대해 “호황기라면 수출 살리기 정책이 내수를 위축시킬 수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며, 물가 상승은 환율 탓이 아니라 국제유가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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