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절 전후로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시스템과 기조가 크게 달라지게 됐다.우선 내각을 분야별 팀장제로 개편하는 등 국정운영 방식이 분권형으로 바뀌게 됐다. 또 이해찬 총리, 정동영 통일·김근태 복지부장관 등 열린우리당의 중진 정치인들이 내각을 주도하는 등 당이 국정을 주도하고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게 됐다.
시스템 뿐 아니라 경제 정책도 일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참여정부의 시장 개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내수 침체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기 위해 경기부양정책을 부분 도입하기 시작했다. 12일 콜금리를 0.25% 포인트 전격 인하한 데 이어 13일 경제민생 점검회의에서는 신용불량자 해결 및 소비 부진 관련 서민중산층 생활 대책 등이 논의됐다. 정부는 부동산 규제 정책도 점차적으로 완화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당 주도의 분권형 내각 체제를 도입한 것은 당선자 시절부터의 약속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국정운영의 권한을 '1인 중심'에서 분권형으로 나눠 갖게 된 배경으로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의 국정 운영 시스템이 한계를 보였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 1인 중심의 국정 운영 과정에서 정치·사회적 갈등이 증폭됐기 때문에 반성 차원에서 분권형이 채택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 주도의 국정 운영을 도입한 것은 당과 정부, 청와대가 합심해 국정을 안정시키고 책임 정치를 구현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또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이해찬 총리 등 실세 정치인들이 입각한 것은 분권형 시스템 도입을 가능하게 한 토대가 됐다.
내각에 정치인 중심의 분야별 팀장제를 도입한 데에는 풍부한 국정 경험을 쌓게 함으로써 대권 주자를 키우겠다는 뜻도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 총리, 정 장관, 김 장관 등 트로이카 실세들 간의 물밑 대권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조치는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본격적 대선 행보를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분권형 시스템의 채택으로 앞으로 일상적 국정의 총괄 업무는 이 총리가, 외교안보와 사회문화 분야 정책 조정 업무는 각각 정동영·김근태 장관이 맡는 쪽으로 사실상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 경제정책 조정 업무는 종전처럼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맡게 되고, 오명 과학부장관은 금년 정기국회에서 부총리로 승격된 뒤 과학기술 분야 정책 조정을 담당하게 된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李총리 "정책적 책임총리제 가까워"
이해찬 국무총리는 13일 노무현 대통령이 일상적 국정 운영 총괄권을 총리에게 맡긴 데 대해 "정치적 책임총리제가 아니라 정책적 책임총리제의 뜻에 가깝지 않겠느냐"고 풀이했다.
이 총리는 이날 청와대 출입기자 60여명을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 오찬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언급하는 등 국정 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총리가 이례적으로 청와대 출입기자단을 초청한 데 대해 "분권형 국정운영 방식이 도입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이 총리는 "대통령이 (총리직을) 그만두라고 하면 언제든지 그만 두겠지만 능력만 있다면 (임기) 끝까지 대통령을 모시고 싶다. 임기 끝나면 대통령과 함께 놀러 다니고 싶다" "앞으로 3년 정도 나라의 체제를 법 중심으로 바로 세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통령 임기 말까지 총리로 일하고 싶다는 의욕을 보였다. 그는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며 "갇혀 지내기 보다는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분권형 국정 운영과 관련 "노 대통령은 나를 총리로 지명할 당시부터 '대통령은 국가의 큰 과제를 설정, 구상하고 관리하는 등 거시적 측면을 맡고, 행정적 실행은 총리가 맡아서 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밝혀왔다"며 "모든 업무를 총리실이 다 맡아 할 수는 없는 만큼 각 과제마다 대통령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외교·국방 장관에게 지시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법률상 지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지만 통일부장관이 외교안보 정책의 관리와 조율을 하라는 의미일 것"이라며 "부처간 이견이 생기면 총리가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정 수도 이전과 관련 "만일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그 일을 승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청와대를 옮길 경우 관저와 본관은 기념관으로, 영빈관은 공연관으로 만들어 좋은 관광지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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