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혁신위원회가 13일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 등으로 3원화 되어 있는 금융감독기구를 존속시키는 등 큰 그림에 손을 대지 않는 선에서 금융감독체제 개편방안을 마련함에 따라 금융감독개편 작업이 용두사미로 귀결됐다.또한 금감원 노조가 "정부안은 문제점을 그대로 방치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강력하게 반발하며 기구통합을 위한 입법청원운동에 나서기로 한데다 개편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윤증현 금감위원장의 입장이 어려워져 향후 개편작업이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편안의 주된 내용은 감독 관련 정책기능과 권한을 금감위로 모으는 것이다. 혁신위는 재경부가 갖고 있는 은행법 증권거래법 보험업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 13개 금융시장 감독 관련법 시행령 중 일부를 금감위 내부규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거시정책은 재경부가, 금융감독정책업무는 금감위가 전담하게 된다. 금융위기 등 중요 거시금융정책 사항이 발생할 때만 재경부가 개입하게 된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금감원이 요구해온 감독기구 통합은 중장기 과제로 미루고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의 체계를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윤성식 정부혁신위원장은 "금감위와 금감원 등 금융감독기관 하드웨어를 손대기보다는 기능을 포함한 소프트웨어를 조정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 바람에 '카드대란' 주범으로 지목된 금융감독체계를 고치기 위해 시작한 감독체계 개편 작업이 사실상 백지화됐다는 혹평까지 나오고 있다.
혁신위는 또 민간기구인 금감원의 공권력 행사 부분은 감사원 지적대로 금감위로 환원토록 하되 구체적인 기능조정은 금감위·금감원가 9일 설치한 협의체를 통해 조율해 결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두 기관의 기능조정 후속작업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윤증현 위원장이 이번 발표과정에서 난처한 입장으로 몰렸다. 감독위와 감독원의 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수렴, 감독기구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윤 위원장의 약속과 달리 협의기구가 막 출범한 상황에서 혁신위가 개편안을 발표하는 바람에 윤 위원장의 약속이 공언(空言)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금감위와 금감원은 이날 혁신위가 개편안을 오후 3시 발표한다는 사실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고 급하게 협의를 요청해, 3시간 동안 발표를 늦추는 소동을 벌였다.
금감원 노조도 이날 혁신위안에 대해 "참여정부의 개혁포기 선언에 다름 아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 성명을 내고 "감독체계 개편논의가 기능조정 등 단순히 행정권 논쟁으로 결론 내려져 안타깝다"며 "감독체계 개편논의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최종적 입법권을 갖고 있는 국회에서 토론회나 공청회 등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철기자 k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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