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이해찬 총리-정동영 통일부 장관-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삼각구도로 국정2기 내각운영의 가닥을 잡음에 따라 여권 내 차기 후보군의 역학구도 변화 가능성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여권에는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시스템구축 차원일 뿐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 대종을 이루지만, 차기를 둘러싼 세 사람의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우선 정 장관과 김 장관측간 미묘한 긴장관계가 형성될 조짐이 있다. 외교·통일·안보를 총괄하게 된 정 장관은 노 대통령이 큰 힘을 실어줬다는 측면에서 다소 유리한 고지에 섰다는 관측이다. 정 장관의 한 측근은 "큰 부담을 안게 됐지만 대통령의 판단이 있지 않았겠느냐"며 "맡은 바 직무를 잘 수행해 국민에게 평가 받는 일이 중요하다"고 은근한 속내를 드러냈다.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정 장관에게 유리한 국면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며 "그러나 너무 힘이 실리면 검증과정에서 실수할 경우 조기에 탈락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 장관은 사회문화 분야를 주도하게 한다고 하지만 "아직 구체적 형태는 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사족이 붙었다. 때문에 그의 위상은 정 장관에 비해 애매한 게 사실이다. 한 핵심 측근은 "사회부처는 각 부서 업무 특성상 한데 묶기가 힘든 것 아니냐"며 "당장 복지분야만 해도 민감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사회부처를 통괄하는 게 쉽겠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장관과 절친한 한 의원은 "많은 사람들한테 기회를 주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도 "온실에서 자라는 것 보다는 야외에서 이슬도 맞으면서 자라는 것이 훨씬 더 자생력이 있다"고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이 총리의 위상변화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정, 김 장관이 차기 선발 주자라면 정책적인 책임총리 직을 수행하게 된 그는 자의든, 타의든 이제부터 시동을 거는 셈이다.
한 측근은 "정책 현안을 챙기며 참여정부를 성공시키는 게 총리의 관심사일 뿐 차기와 관련된 정치적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총리의 자리와 역할 자체가 그를 차기 주자로 밀어올릴 가능성은 다분하다. 또 분권형 국정운영에는 대권 주자들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구상이 깔려있는 만큼 세 사람간 견제와 경쟁은 피할 수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청와대 출신인 한 의원은 "당장의 역학구도 변화는 점치기 어렵지만 향후 경쟁에 따른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네거티브가 아닌 포지티브한 경쟁은 좋은 것이며, 누가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해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