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직, 사실상통일ㆍ외교ㆍ안보 분야를 총괄하는 ‘통일 부총리’가 됐다.이를 이해찬 총리는 일상 국정 전반,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회ㆍ복지 분야를 맡는 ‘분권형 국정운영’의 첫 단계로 보는 시각이 있다. 국정전체를 대통령이 최종 통할하는 대통령중심제 국가의 기본 운영원리를 잠시 잊고 ‘분권형’이란 수사에 얽매인 결과이다.
몇몇 각료의 국정과점은 분권과는 거리가 멀며 기껏해야 대통령에게 미칠 국정 운영 책임을 더는 완충장치덧붙이기일 뿐이다. 더욱이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빼고 국정 운영 ‘팀장’을 맡았거나 맡을 사람이 모두 여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임을 생각하면 국민의 눈길을 여권에 묶어두려는정치 포석이란 관측을 피하기 어렵다. 여기까지는 어쨌든 대통령의 고유 권한, 또는 ‘여당 프리미엄’으로 칠 수 있다.
문제는 통일부 장관에 요구되는 덕목, 정 장관 개인의 성향과 경력을 보아그가 NSC 상임위원장을 겸임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NSC에는 ‘안보정책의 긴급성과 지속성’이 요구되며 적어도 여기서는 안보 현실이 통일ㆍ민족에 선행한다.
안보 정책조차 수시로 정치적 고려에 흔들리게 마련인 민주정치의 실상으로 보아 중량감 있는 안보 전문가를 상임위원장에 앉혀도 될까말까 하다.
NSC는 과제가 많다. 핵 문제를 포함한 북한 동향, 이라크 추가 파병에 따른 테러 위협, 중국의 심상찮은 민족주의, 미일 동맹 강화와 일본의 군사역할 증대 등이 줄줄이 대응을 기다리고 있다. 정 장관이 얼마나 빨리 이런 문제에 대응할 만한 전문적 소양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의 NSC 상임위원장 겸직으로 노 대통령은 정치적 빚을 덜고 한결 가벼운 마음일 수 있겠지만 국민의 안보 우려는 더욱 무거워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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