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스트라디바리우스’로 불리우는 재일동포 바이올린 명장(名匠)진창현(陣昌鉉ㆍ74)씨의 일대기가 일본에서 TV 드라마로 만들어진다.후지TV는 13일 인기 그룹 SMAP의 멤버이자 ‘초난강’이란 한국 예명으로한국에도 알려져 있는 쿠사나기 츠요시(29)가 진씨 역을 맡는 3시간짜리 드라마 ‘해협을 건너는 바이올린’을 제작해 11월 27일 방영한다고 밝혔다.
진씨는 1976년 국제 바이올린ㆍ비올라ㆍ첼로 제작 콩쿠르 6개 부문 중 5개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명성을 얻었다. 세계바이올린제작자협회가 검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 ‘무검사 마이스터(대가)’로 공인해 준 5명 중 한명이다. 119개 국을 돌아다니며 각종 악기 음색과 동물 소리, 바이올린 접착에 쓰는 식물원료를 수집해 개선을 거듭해 온 그의 바이올린은 “자연의섭리가 살아 있는 명품”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2002년 그의 구술을 토대로 한 전기 ‘해협을 건너는 바이올린’이 출판된데 이어 지난해부터유명 만화지 ‘빅 코믹’에 야마모토 오사무가 만화화한 ‘천상(天上)의 현(弦)’이 연재되면서 일본에 바이올린 붐을 일으켰다. 일제 강점기에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14세 때 단신으로 일본에 건너가바이올린 연주자를 꿈꾸다 가난과 차별에 시달리면서 거의 독학으로 바이올린 명장이 된 그의 일생이 감동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진씨는 최근 민단 신문과 인터뷰에서 “재일동포가 소수자라는 것을 약점으로 생각하지 않고 역으로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강점으로 삼는 삶의 길을 추구해 왔다”고 밝혔다. 또 “바이올린 장인뿐만 아니라 물건 만드는 사람을 낮춰 보는 한국에 있었다면 지금처럼 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일본에 와서 길이 열린 것을 감사하고 있다”고도 했다.
‘드라마 왕국’ 후지TV가 개국 45주년 특별기획으로 만드는 이 드라마는 일본 방송사상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연작 드라마 시리즈 ‘기타노구니(北國)에서’를 담당했던 팀이 제작을 맡고 조연에도 쟁쟁한 인기 탤런트들을캐스팅해 벌써부터 화제다. 바이올린 연주와 제작 연습에 한창인 주연 쿠사나기는 “대본을 읽고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감동한 만큼 혼신을 다해 연기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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