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000개 신규 노점이 생긴다는데 왜 전체 노점 수는 오히려 줄어들까?"청년실업자와 고학력자들까지 노점상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서울시의 전체 노점수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3,000개나 줄었다. 해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월 5,000개가 새로 생겨나도 8,000개 노점이 단속돼 없어지기 때문"이라는 게 서울시의 '자랑'이다.
노점상의 현실을 취재하면서 만난 이들은 한결같이 불경기를 감안하지 않은 무차별 단속에 불만을 쏟아냈다. 기업형 노점 근절을 명분으로 가로정비에 나선 단속반원들이 대형 노점은 손도 대지 않고 소규모 생계형 노점만 쓸어버린다는 것이 이들의 하소연이다.
단속을 피해 어렵게 도망친 노점상이 또 다른 지역으로 옮겨 좌판을 벌이면서 쫓고 쫓기는 실랑이가 반복된다. 자치단체마다 이 문제로 마찰이 빚어진다. 지난 9일에는 한 분식 노점상이 노점 철거에 항의해 경기 광명시장부속실에서 분신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 아현시장에서 단속에 쫓겨 인근 애오개역으로 자리를 옮긴 한 30대 여성 노점상은 "불황보다 더 무서운 게 무차별 단속"이라고 하소연했다.
노점이 교통흐름과 행인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고, 도시 미관을 해치며, 일부 기업형 노점이 각종 이권으로 얼룩진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요즘같이 실업자는 늘고 일자리는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 탈출구까지 완전히 봉쇄한다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한 노점상은 "노점상은 그나마 살려는 의욕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뙤약볕 아래 물건 하나 못 팔고 무차별 단속에 좌판을 빼앗긴 한 노점상의 축 처진 어깨 너머로 유연한 단속 행정이 아쉽게 느껴졌다.
/김호섭 사회1부 기자 dre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