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병을 얻어 제대한 아들을 빚을 내서 치료했으나 끝내 잃은 유족이국가유공자가 된 아들의 치료비를 나라에 청구했다. 그러나 국회와 정부 공무원의 실수로 잘못 기재된 법조문 때문에 법원마저 외면, 4년이나 소송을 하는 고통을 겪는다. 이 법조문은 관보와 법전에 틀리게 실린 채 10년동안 방치됐다.소설이나 영화라도 황당하게 여길 일이 실제 발생한 것이다. 언뜻 어처구니없는 실수 같지만, 입법 행정 사법부를 가림 없이 공복을 자처하는 이들의 무사안일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건으로 봐야 할 것이다.
얽힌 사연은 복잡하지만 원인은 단순하다. 10년 전 국회는 국가유공자 예우ㆍ지원법의 ‘치료비는 국가가 부담하되, 지자체 의료시설에서 치료받은경우는 국가가 일부를 부담할 수 있다’는 관련조항에서, 뒤쪽 단서 부분의 국가를 지자체로 고쳤다.
이걸 국회 공무원이 그냥 ‘국가를 지자체로 바꿨다’고 통보하자, 법제처는 엉뚱하게 앞쪽 본문의 국가를 지자체로 고친 것으로 여기고 관보에 그대로 게재했다. 이에 따라 법전에도 그렇게 실렸다.
여기까지는 착오와 실수로 봐줄 수 있다. 그러나 보훈처와 국방부가 틀린법조문만을 근거로 치료비 지급을 거절하고, 법원조차 소송을 기각한 것은어처구니없다.
국가유공자 치료비를 국가 아닌 지자체가 부담한다는 게 상식과 통념에 어긋난다는 생각을 아무도 하지 않은 사실이 도무지 한심한 것이다. 제대로기재된 법령집을 확인하면 이내 깨달을 오류를 그토록 방치한 것은 관련공무원 누구도 유족의 처지를 돌보는 공복의식은 없었다는 얘기다.
극히 예외적 사건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공무원들의 그릇된 자세가 얼마나 황당한 지경에 이를 수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진정한 봉사정신 없는 공무원 조직 곳곳에는 더 큰 과오가 숱하게 숨겨져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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