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대폰 산업의 경기 전망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3세대 휴대폰과 해외 시장에서의 호조를 근거로 장밋빛 미래를 얘기하는 낙관론과 함께 업체간 경쟁 격화에 따른 수익률 악화로 인해 내리막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비관론도 확산되고 있다.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12일 2·4분기 세계 휴대폰 시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91%와 88%의 판매신장률을 보이며 업계 1·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경쟁업체 노키아(10.5%)와 모토로라(53.0%)를 멀찌감치 따돌린 수치다. SA는 보고서에서 "휴대폰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휴대폰 업체들의 약진도 계속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전체 시장점유율을 봐도 삼성전자가 14.47%로 3위, LG전자가 6.3%로 6위에 오르면서 1위 노키아(28.9%)와 3위 모토로라(15.4%), 5위 소니에릭슨(6.6%) 등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00년까지 5위권 이하에서 맴돌았으나 불과 3년여만에 두 배 넘게 성장했으며, 특히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와 3세대 휴대폰 시장에서 최강 업체로 부상했다. 상반기에 이 두 업체가 생산한 휴대폰 개수는 남북한 인구수와 맞먹는 6,000만개에 이른다.
그러나 휴대폰 업계 일각에서는 "중견 업체들의 몰락으로 휴대폰 업계가 양극화하고 있으며 선두 업체들의 채산성도 악화하고 있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세원텔레콤, 텔슨전자, 스탠더드텔레콤 등이 잇따라 경영난에 몰리고, 삼성전자의 휴대폰 영업이익률이 25%에서 17.3%로, LG전자의 일부 휴대폰 수출단가가 최대 13% 하락한 것이 단적인 예다.
주된 원인은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 격화와 내수 부진.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는 초저가를 무기로 내세운 현지 업체들이 우리나라 중견 업체들을 사실상 퇴출시켰고, 미국·유럽 시장에서는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역공 속에 국내 업체간 마케팅 경쟁이 채산성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노키아가 가격을 20%이상 낮춘 데다 다른 국내 업체들의 마케팅 공세가 심해 납품가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에서도 경기 불황과 함께 이통사들의 수익마저 악화하면서 휴대폰 수요 감소와 가격 인하 압력은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최근 300만 화소급 카메라폰을 내놓은 A업체의 경우 이통사와의 가격 마찰 때문에 제품 출시를 계속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형 휴대폰이 쏟아지고 있지만 수요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고가의 외산 부품을 수입해 만든 첨단 휴대폰이 생산업체와 이통사의 재고로 창고에 쌓이는 현상마저 우려되고 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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