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우리가 생각하기에 매미가 좋아하는 나무가 있고, 싫어하는 나무가 있는 것 같았다. 마당 가의 자두나무와 살구나무엔 늘 열 마리도 넘는매미가 날아와 붙어 있었다. 미루나무와 아카시아 나무도 매미가 날아와 앉기 좋아하는 나무다.그러나 뒷산 소나무 숲엔 매미가 없다. 송진과 다른 나무 진 차이인데, 우리는 매미도 마을에 내려와 살기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보기에 매미들은 아이와 어른을 귀신처럼 알아보는 것 같았다.
우리가 매미채를 들고 아무리 살금살금 다가가도 금방 눈치채고 우리 얼굴에 오줌 한 방울 찍 갈기고는 다른 데로 날아가버린다. 그러나 어른들은 신발을 질질 끌고 왁자지껄 소리를 내 떠들며 다가가도 해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날아가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아이와 어른을 구분하는 벌레가 모기인 것 같았다. 모기는 아이의 다리도 물고 어른의 다리도 문다. 때로는 얼굴도 물고 목덜미도 문다. 그러나 아이의 눈은 물어도 어른의 눈은 물지 않는다. 어느 어른이 모기에 물려 눈이 부으면 다른 어른들이 이렇게 놀렸다.
“장가를 가서 어른인 줄 알았더니, 모기가 알아보는 걸 보니 아직 애구만.”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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