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 운용목표를 현재 연 3.75%에서 3.50%로0.25% 인하했다. 13개월 만에 단행된 이번 콜금리 인하로 사상 유례없는 초 저금리가 됐다.이번 조치는 예상을 깬 전격적인 것이어서, 그만큼 경기 침체가 심각한 상태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내수와 투자 부진은 지속되고 있는데다 유가폭등, 세계 정보기술(IT) 경기 둔화 등이 겹쳤다. 사면초가인 형편에서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내놓은 고육책인 셈이다.
물가와 경기 중 경기 쪽에 우선 순위를 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문제는 과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한은은이번 금리 인하로 기업과 가계의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 투자와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들은 자금 여유가 있지만 투자를 꺼리고 있고, 가계는 빚 갚는데 급급한 형편이다. 모두 앞날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퇴직금 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금리인하로 즉시 소득이 줄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의 의도대로 투자나 소비가 증가할지 의문이다. 내수 의존형 중소기업과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한계 기업의 퇴출을 막아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물가는 별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결코 낙관할 수 없다.생활물가 급등은 단지 계절적 요인에 의한 것만은 아니며, 유가 급등은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데다 유가가 곧 떨어진다는 전제는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물가를 자극해 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금리 인하의 효과보다는 부작용을 더 걱정하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이번 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 의지를 분명히 한 이상 안심하고 투자하고 소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이는 결국 투자와 소비를 억누르고 있는 불확실성과 불안을 얼마나 빨리 제거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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