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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2004/남북탁구 합동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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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2004/남북탁구 합동훈련

입력
2004.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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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이번엔 적당히 안 했구나?"(현정화)"쑥스럽습네다. 누구 하나 빠질 거이 있습네까, 다 반갑습네다."(김현희)

남측 여자대표팀 현정화 코치와 북측 탁구영웅 김현희가 짧은 인사를 주고받았다. 어색하지만 반가움이 가득 배어 있었다. 부산아시안게임(2002)에서 현정화는 "연습 많이 했어요"라고 물었고 김현희는 "적당히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짧지만 강렬했던 그날의 대화가 2년의 시간을 넘어 이어졌다.

12일 오후5시(한국시각) 남북 탁구 대표팀의 합동훈련이 열린 아테네 갈라치 올림픽홀 탁구훈련장. 높이 76㎝, 폭 1.525m, 길이 2.74m의 초록색 탁구대는 '통일의 장'이었다. 분단이래 스포츠 사상 남북 합동훈련은 탁구가 처음이다. 1991년 남북 단일팀이 지바 세계선수권 여자 단체전에서 만리장성을 넘어 우승한 일은 한민족 탁구 역사에 길이 남아있다.

이날 합동훈련은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선수들의 뒷이야기를 조합하면 40분 동안 남북이 하나된 훈련장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훈련은 유승민(22)과 오일(26), 석은미(28)와 김향미(25), 이은실(28)과 김현희(25) 등 남북이 한 사람씩 짝을 이뤘다.

"자, 북쪽으로 넘어 갑니다." "살살 하시라요." 살가운 대화 뒤에 네트를 넘나드는 백구. '핑, 퐁…' 경쾌한 통일의 메신저였다. "서브가 매섭습네다" "잘 받아넘긴다"는 덕담도 오갔다.

남쪽 이철승(32)이 친남매처럼 지내는 북쪽 김향미(25)의 웃는 낯을 보고 깜짝 놀라 "오른쪽 이빨이 왜 빠졌니" 하고 묻자 김향미는 "연습하다 넘어졌시요"라고 답했다. 유승민은 오일이 자꾸 공을 놓치자 "너무 봐주는 것 아닙니까"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는 경기. 남쪽 선수들은 김향미와 김현희의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현 코치는 "훈련이지만 몸쪽으로 꽉 차 들어오는 강스매싱이 무섭다"고 했다. 김현희는 "이기고 싶은 마음은 언니들(남측 선수)도 같겠지만 (올림픽에) 참가하는 이유가 금메달을 노리는 거니까 하나 따 가야죠"라고 했다.

현 코치는 "우리도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이번엔 꼭 결승에서 만나자"고 했다. 한국팀은 부산아시안게임 때 여자복식 8강 문턱에서 북한 김현희-김향미조(당시 우승)에게 무릎을 꿇은 아픔이 있다.

북측 탁구 팀 역시 남북합동훈련에 만족해 했다. 북측의 탁구 코치는 "왔다 갔다 하면서 연습하면 조티(좋지). 이번에 남북한 토종끼리 뭉쳐서 중국을 꺾어보자"고 제의했고, 양현철 남측 남자대표팀 감독은 "여자는 북한, 남자는 남한이 강하니까 탁구에서 '남남북녀' 금메달 신화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북한 선수단 리동호 단장도 "앞으로 민족이 함께 하는 합동훈련을 더 많이 마련해보자"고 제의했다. 남북 선수들은 훈련 뒤에도 석은미와 김향미 등이 손을 잡고 정답게 말을 나누는 등 함께 선수촌행 버스에 올랐다.

/아테네=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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