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 이치와 마찬가지로 정치 역시 순기능과 역기능을 갖는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이 나오고, 때문에 참여가 기본 요소이지만 그 폭이 커질수록 관료주의의 진행이라는 부작용을 낳는다.정치의 무관심이 커지는 한 켠에서는 급진주의라는 반작용이 생기고, 개인가치가 중시되는 풍조가 늘어나 탈정치가 가속화할수록 동시에 집단의 분출 현상은 사회의 정치화를 부른다. 그래서 모든 것이 정치과정에 영향을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 며칠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국민들이 정치, 정당에 관심이 없는데 이는 좋은 현상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나눈 얘기라는데, 정치의 무관심, 또는 정치부재를 거론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정치지형이 완전히 달라지고 은퇴한 지 오래되다 보니 내방객이나 만나는사람들이 한정돼 있어 실제로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정치무관심은 지금의 정치과정과 현상을 비난하는 격이다. 누구나 정치만을 이야기하는 정치의 과잉은 정상이 아니다. 반대로 정치가 제대로 역할하지 않을 때 그 것은 정치 부재이다.
■ 민생고가 깊어 가고 미래가 불확실한 난국에 과거시제에서나 맴도는 여권의 정치가 비판을 사고 있다. 대통령이 먼저 경제위기론을 음모적 시각으로 규정하고 나니 여당에서 경제회생을 말하는 사람들이 비개혁적으로 몰리는 분위기마저 생긴 판이다.
엊그제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은 서울의 한 무료급식소를 찾은 현장에서한 노동자의 힘겨운 사연을 듣고는 “목이 메어 밥을 먹지 못했다”고 한다. “첫째도 개혁, 둘째도 개혁, 셋째도 개혁”이라고 꼿꼿하게 힘주던 게 불과 얼마 전 여당이었던 것을 떠올리면 이제서야 듣게 되는 그의 이런고백은 무척이나 새삼스럽다.
■ 정치는 현장과 민심과 여론을 떠나 있을 수 없다. 또 상대가 없는 정치는 독재나 독선이다. 신 의장이 주한 스페인 대사를 만나 “한나라당에는과거 독재 때 힘썼던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는 말도 여당의 공허한 정치관을 드러낸다.
가장 중요한 경쟁자이자 파트너이어야 할 야당의 존재를 수 십년 전 독재시대의 정체성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당의 정치가 뭔가 과녁을 놓치고 있고, 현실감과 현장감이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이유를신 의장의 몇 마디들에서 알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상대를 과거의 사람들로 인식하고 있으니 퇴행의 정치가 나올 수 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그 속성이 아무리 투쟁이라 해도 정치는 결국 공동체와 미래에 관한 것이다. ‘나홀로 정치’란 성립할 수 없다. 정치의 그런 오용은 외면받기 마련이다.
조재용 논설위원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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