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요양보장체계를 어떻게 구성해 언제부터 운영할 것인가. 지난해 3월공적노인 요양보장추진기획단이 발족돼 논의하기 시작한 이후, 1년 반이 다 돼가지만 큰 그림은 완성되지 않았다. 올해 기획단의 업무를 이어 받은실행위원회가 11일 개최한 공청회에서도 전반적으로 지배적인 의견은 모아지지 않았다.위원회의 시안은 기획단의 방안보다 소극적이거나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고있는 게 특징이다. 우선, 시행시기에서 기획단은 2005년부터 시범사업을 하고 2007년 7월부터 시행키로 했으나 위원회는 여기에 2007년부터 시범사업을 한 뒤 2010년에 시행하는 방안 2가지를 더해 모두 3가지를 제시했다.
공청회에서는 너무 서둘러 도입했던 다른 사회보장제의 전철을 밟지 말고더 연기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시됐다. 제도의 명칭에 대해서도 노인요양보험, 노인요양보장, 전국민요양보장 등으로 엇갈렸다. 노인 뿐만 아니라 수발이 필요한 중증장애인까지 포함시킬 경우 당연히 명칭이 달라져야 한다.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와 수급자의 일치와도 결부되는 문제다. 보험료는 20세 이상의 가입자들이 내는데, 아무리 빨라도 45세 이상이 되어 치매 중풍을 비롯한 노인성 질환에 걸려야만 혜택을 볼 수 있다면 저항이 심할 수있다.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과 같은 기존 제도에 대해 불만이 크고 경제상황도나쁜 터에 또 하나의 보험료를 내게 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현금급여에 대해서도 찬반대립이 뚜렷하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독일에서도 장기간 찬반논쟁이 벌어졌던 문제다.
이렇게 쟁점을 열거해 보면 그야말로 골치가 아파진다. 국가가 경비를 전액 부담하는 공공부조자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보험료를 거두지 않고 건보재정을 이용해 실시하는 시범사업이나 요양시설 확충, 요양대상 판정기준설정, 인력양성문제도 어려운 과제이지만 이런 것들이 오히려 쉬워 보일 정도다.
그러나 모든 정책과 제도이 정답은 없다. 선택과 결정의 문제다. 국민적 합의를 얼마나 얻어 무리없이 정착시킬 수 있느냐가 선택의 기준이 될 것이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 이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몇 가지 큰 원칙을 세워 가장 합리적이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해내야 한다.
첫째, 결정적 무리가 없는 한 최대한 빨리 시행하면서 점진적 발전과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외국과 비교하면 논의의 시작 자체가 아주 늦은 편은 아니지만, 우리의 고령화 진전속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인프라가 확충되기만을 기다려 마냥 시기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둘째, 전통적인 효사상이나 부모봉양, 가정의 기여에 너무 기대서는 안되겠다. 재가(在家)복지 우선을 강조하지만 그 한계에 대한 인식이 제도 설계에 반영돼야 한다고 본다. 정부는 요양시설의 확충계획을 정밀하게 새로짜야 할 것이다.
셋째, 수급자와 가입자의 불일치문제에 관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보험료와 국고 보조, 개인 부담으로 운영되는 노인 요양보장은 사회적 연대를 강조하는 사회보험제이므로 그에 걸맞은 복지의식과 학습이 필요하다.가입자와 수급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 설득할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노인업무 종사자들에 관한 것이다. 요양보장제가 실시되면 이 분야 종사자들의 생업판도에 큰 변화가 온다. 이해관계로 인한 갈등과다툼이 심각해질 수 있으므로 그 대책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공청회는 앞으로 더 열리겠지만, 대강의 쟁점은 부각된 상태다. 노인 요양보장제는 국민적 논의와 참여의 이슈로 커져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합의를 유도하는 단계로 이행하는 시기이므로 폭넓은 의견을 모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
임철순 논설위원실장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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