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의원들이 17대 국회 첫 여름휴가를 보내는 모습이 흥미롭다. 성향과 뜻이 맞는 의원들끼리 가족을 데리고 테마 피서를 떠나는 '코드 휴가'가 많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여름휴가를 가족과 조용히 보내거나 국회 상임위의 외유성 해외시찰로 대신했던 과거의 휴가 풍속도와는 사뭇 다르다.운동권 출신 386세대 의원 모임인 '새로운 모색'의 김영춘 임종석 송영길 우상호 김형주 정청래 김현미 의원 등 7명은 10일 가족 동반으로 일본의 육상자위대가 있는 홋카이도(北海道) 아사히카와(旭川)로 3박4일간 여름 휴가를 떠났다.
1970년대 후반 학번들의 모임인 '아침이슬' 소속 의원들도 12일부터 2박3일간 전남 완도에서 가족과 함께 친목을 다지기로 했다. 여기에는 노영민 우원식 이영호 우윤근 이상민 전병헌 유승희 유기홍 의원 등 11명의 가족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에 질세라 '천·신·정' 당권파가 주축인 '바른정치모임'의 이강래 민병두 의원 등 12명도 16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중국 내 고구려 유적지를 둘러보는 역사탐방에 나선다.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파문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해 보려는 테마 여행인 셈이다.
한편 개혁당 출신 의원들이 주축인 참여정치연구회는 8월 말경 김두관 공동대표의 고향인 경남 남해에서 3박4일 일정으로 휴가를 겸한 단합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들은 이번 모임에서 당내 논란을 빚고 있는 기간당원 자격요건 완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고 집단행동 방향을 모색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당내엔 이 같은 휴가 패턴에 대해 "휴가까지 코드를 맞춰 떠나는 모습은 당내의 분파 양상을 더욱 심화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일부 있지만, 대체로 긍정 평가하는 분위기다. 정장선 의원은 "폐쇄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의정활동 및 개혁의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다지는 데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웅래 의원도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의원 개개인이 모래알식 목소리를 내기 보다는 뜻이 맞는 그룹별로 의견을 모을 경우 당론결집이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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