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1일 사법사상 최초의 여성 대법관 후보인 김영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어 김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등을 검증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의 질문은 대체로 일반적인 수준이거나 정략적인 주장에 그쳤고, 김 후보자 역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두루뭉실한 답변으로 비켜가 긴장감은 다소 떨어졌다. 대신 사법개혁 방향을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이 가열됐다.이날 청문회에서는 후보자 선정과정에서의 서열 파괴 논란, 임명 제청시 시민단체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여부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판사 출신인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지나친 서열파괴는 조직의 갈등과 분열을 일으킴으로써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같은 당 이혜훈 의원은 "대법원 내규에만 의거해 대표성과 권위가 부족한 일부 시민단체의 영향을 받아 대법관을 선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은 "대법원 개혁을 위해서는 서열 위주의 현직법관 추천에서 벗어나 재야출신이나 중견 진보법관, 여성법관을 과감히 선임해야 한다"며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제청을 옹호했다.
김 후보자의 경력과 관련, 야당 의원들은 "2년에 불과한 김 후보자의 형사부 경력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김명주 의원), "김 후보자의 고등법원 등 상급심 경험이 1년여에 불과하지 않느냐"(장윤석 의원)는 등 대법원 구성원으로서의 경험 부족을 지적했다.
국가보안법·사형제·호주제 폐지, 대체복무제, 비전향장기수의 민주화운동 연관성을 인정한 의문사위의 결정 등 민감한 사회적 현안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김 후보자는 답변에서 서열 파괴 논란에 대해 "기수가 낮은 법관이 대법관에 임용되는 것은 시대적 요구에 따른 것일 뿐 법원의 안정성을 침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대법원장이 사회 각계의 의견을 참작한다고 해서 대법관 제청권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는 말로 임명제청 자문위원회의 역할이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을 침해했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후보자는 사형제와 호주제에 대해서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답했지만, 국보법의 경우 개정과 폐지 사이에서 어정쩡한 입장을 보였고 친일재산환수법에 대해서는 법적 안정성을 거론하며 분명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이에 대해 우리당 이상민 의원은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김 후보의 이력을 보면 결코 진보적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언론의 평가와는 달리 실제 김 후보가 내린 판결도 상당히 보수화돼 있다"고 꼬집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