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100만년에 걸친 우리 민족 생활사를 입체적으로 되살려낸 사계절출판사의 ‘한국생활사박물관’ 시리즈가 완간됐다. 마지막두 권으로 제11권 ‘조선생활관 3’(근대편)과 제12권 ‘남북한생활관’ (현대편)이 나란히 나옴으로써 6년에 걸친 대장정에 막이 내렸다.1년간의 기획을 거쳐 2000년 7월 첫 두 권(고조선생활관)이 나온 이래 그동안 역사학ㆍ인류학ㆍ민속학 등 여러 분야의 학자를 비롯해 편집자ㆍ디자이너ㆍ화가ㆍ각계 전문가 등 연인원 400여 명이 참여했고,8,600여 매의원고, 670여 점의 그림, 1,740여 컷의 사진자료가 동원됐다.
이만한 규모와 내용도 놀랍지만, 여러해 동안 이 시리즈에 매달려 마침내완성하기까지 출판사와 편집진이 쏟은 노력과 끈기가 대단해 보인다.
시리즈 제작을 총지휘한 편집인 강응천(41)씨는 ‘완간 그 자체가 보람’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힘들었다는 얘기다. 각 권의 방향과 짜임새를 정하고 수많은 전문가 집단의 지식과 기술을 통합하고, 그들간에 자주 발생하는 이견을 조정해 책으로 완성하는 과정에 얼마나 많은 공이 들어갔을지는이 책을 펼쳐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책은 흔히 지은이 ‘아무개’ 의 것으로 남지만, 이 시리즈는 그보다는 ‘편집의 개가’라고 할 수 있다. 왕조사 중심의 역사, 외우는 역사가 아닌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조명하자는 기획의도에 따라 옛 사람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렇게 해서한권 한권을 책 속에 지은 박물관처럼 꾸몄다.
그 안에 담은 시각자료는 단순히 이미 있던 것을 골라 쓰거나 본문을 설명하는 보조장치로 쓴 게 아니라, 상당수가 일일이 발품을 팔아서 구한 것이자 이미지 그 자체로 많은 정보를 전달한다. 역사학자 송호정(한국교원대교수)은 “이 책에 실린 그림 한 컷이 박사논문 하나”라고 했다.
그만큼 철처히 고증을 거쳤다. 그 과정이 하도 꼼꼼하고 집요해서 “다시그리라면 못 할 것”이라며 혀를 내두른 화가도 있다.
제작과정에서 난관도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강씨는 말한다. “국내 학계의 생활사 연구가 일천하다 보니 어떤 주제는 아예 연구가 안돼 있어 학자들에게 빨리 연구해서 내달라고 재촉을 해야 했죠. 기존 연구성과만 갖고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시리즈였습니다. 또 아무리 흥미로워 보이는 주제라도 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구체적 근거 자료가 없으면 포기해야 했구요.
이를테면 형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를 취하는 고조선의 풍습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싶어서 ‘형이 죽은 날’이라는 꼭지를 넣으려고 했지만, 할 수 없었죠. 역사는 허구가 아닌데, 소설을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새로운 시도도 다양하게 많이 했다. 예컨대 현대편인 마지막 권 ‘남북한생활관’에서 남북의 역사를 나란히 묶음으로써 반쪽의 역사를 뛰어넘은 것이나, 여러 컷의 사진과 그림을 합성한 포토몽타주로 한 시대의 흐름을압축해 보여준 것이 그렇다.
근대의 물결이 몰려드는 조선 말과 일제시대를 다룬 제11권 ‘조선생활관3’에 들어간 한국사진사는 기존 역사책에서 다루지 않은 항목이고, 일제시대 가수 윤심덕과 동반자살해서 유명한 당대 엘리트 김우진 집안 3대의개인사를 통해 역사를 읽은 것도 신선하다.
앞서 나온 10권의 판매량은 전부 합쳐 약 25만 권. 권당 2만 5,000권 정도가 팔린 셈이다. 인문서가 잘 팔려야 1만권인 것을 감안하면 좋은 성적이다.
/오미환기자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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