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가족과 시민들에게 8년 동안 서울교육을 이끌도록 도움을 준데 대해 감사합니다.”25일 퇴임하는 유인종(73) 서울시교육감이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임기 동안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그는 1996년부터 민선 2, 3대 교육감으로서 8년동안 서울시 교육의 수장으로 자리를 지켜 ‘최장수 교육감’으로 퇴임하게 됐다. 그의 임기동안 정권은 3번, 교육부 장관은 11명이나 바뀌었다.
유 교육감은 “서울 교육을 선진적으로 변화시키려 노력했는데 30%가량 목표를 달성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무엇보다 초ㆍ중등학교의 교육방법 혁신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그는 “새물결 교육운동의 기치를 걸고 교육방법을 혁신하는데 8년간 역점을 둔 결과 초등학교 교육방법 혁신은 일본보다 10년 앞서 있다”고 자신하며 “그러나 입시 때문에 고교까지의 교육혁신 진행속도가 늦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또 의사소통 위주의 영어교육, 특기적성교육 등도 성과로 꼽았지만 무엇보다 통일교육을 선구적으로 한 것에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김대중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하기 한 해 전에 초등학생 300명을 데리고 금강산에 행사를 가졌다. 통일교재를 5가지를 만든 곳은 서울시교육청밖에 없다”고 했다.
또 국민학교의 이름을 초등학교로 바꾸고, 학교에서 차렷-경례 등의 구령을 없앤 것에 대해 “일제 잔재를 없앤 것”이라고 자부했다. 그는 자립형사립고 도입과 평준화 문제에 대해 “서울에서 자립형사립고 5개만 만들면도미노현상이 벌어져 전국이 입시지옥이 된다”며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그는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일관성 없이 교육제도와 정책을 무리하게 바꾼 것이 임기중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일”이라고 말했다. 한 예로 서울의고입연합고사 폐지 사례를 들었다. “96년 교육감에 취임하자 전임 교육감이 연합고사폐지 방침을 결정했음에도 정치권은 다음해 대선이 끝날 때까지만 보류하라는 압력을 가했다. 처음엔 여당에서, 그 다음엔 교육부에서결정을 번복하라고 압력이 들어왔는데 상상도 못할 정도였다”며 “임기 동안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밝혔다.
유 교육감은 중국의 고구려역사 왜곡과 관련해 국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탐탁치 않아 했다. 그는 “연대기를 외우는 등 학생들에게 부담을 줬던 과거 국사교육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며 “국사과목을독립시키기 보다는 사회나 역사과목에서 충분히 개괄하고, 고구려 역사도개념을 정확하게 알게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유 교육감은 퇴임 후 대학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최근 여러 대학에서 석좌교수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 행정보다는 이제는 책을 벗삼고 싶다”고 말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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