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이 '기업의 투자자금 조달'이라는 제 역할을 못하면서 기업들이 증시를 떠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성)는 11일 '우리 기업의 주식시장 활용 부담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증권 시장이 상장 기업들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제 역할을 못하면서 상장의 혜택보다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신규 상장을 기피하거나 상장 폐지를 추진하는 등 기업들의 증시 이탈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증권 거래소를 통한 기업 자금조달 규모는 올 상반기의 경우 기업공개 2개사(1,075억원), 유상증자 33개사(1조6,723억원) 등 1조7,798억원에 그쳤다. 반면 올 상반기 상장기업들의 증시 관련 지출 규모는 주주 배당 7조5,866억원, 주가관리 등을 위한 자사주 취득 4조3,110억원 등 모두 11조8,976억원에 달했다.
특히 상장기업들은 사외이사 의무화 등 새로운 규제와 소액주주 권한 확대에 따른 경영 간섭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S사의 경우 2001년 미국계 펀드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받아 들여 각종 내부정보를 제공한 뒤 본사의 미국이전 요구에 시달렸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증권거래소 상장 혜택보다 부담이 더 커지면서 신규 상장기업 수는 외환위기 이전인 1995∼97년 연평균 33개에서 98년 이후 작년까지 연평균 6개로 급감했고 올 상반기엔 2개에 그쳤다. 상장폐지도 잇따라 지난해 10월 극동건설, 7월 한미은행에 이어 극동전선과 넥상스코리아도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 등 시장활성화 대책과 함께 임원보수공개 의무화, 불가피한 상황에서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거래량미달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및 증시 퇴출 등의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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