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대통령의 찬미자를 자임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두 사람의 공통점으로 꼽는 것 가운데 하나가 제16대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분명히 링컨은 미합중국 제16대 대통령이었고, 노무현은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대통령이 연임을 해도 새 임기를 새 순번으로 매기지 않으므로, '16대'의 의미가 같지는 않다. 미국식으로 셈하자면 노 대통령은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에 이은 제9대 대통령이다.각설하고, 한국 대통령들의 대(代)를 따져보자. 이승만은 1∼3대 대통령이었고, 윤보선은 4대, 박정희는 5∼9대, 최규하는 10대, 전두환은 11∼12대, 노태우는 13대, 김영삼은 14대, 김대중은 15대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4대 대통령이 윤보선 한 사람인가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있다. 우리 헌정사에서 4대 대통령 선거가 두 번 치러졌기 때문이다. 하나는 1960년 3월15일에 치러졌고, 다른 하나는 4월혁명 뒤인 그 해 8월12일에 치러졌다. 앞의 선거가 유명한 3·15 부정선거다. 결국 85%로 '하향조정'된 현직 대통령 이승만의 득표율은 처음 집계에 따르면 100%에 가까웠다. 이 놀라운 수치는 이승만 정권의 후안무치 못지않게 기술적 미숙함을 드러냈다. 아무튼, 이승만은 비록 4대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기 전에 혁명으로 하야했지만 4대 대통령으로 일단 뽑히기는 한 셈이다.
4월혁명으로 들어선 제2공화국이 의원내각제를 채택함에 따라 8월12일의 4대 대통령 선거는 양원(민의원·참의원) 합동회의에서 간접선거로 치러졌다. 출마한 후보는 윤보선·김창숙·변영태·백낙준·허정·김도연 등 12명이었다. 민의원 220명, 참의원 43명 해서 총 263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259명이 투표에 참가했고, 윤보선이 208표를 얻어 당선됐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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