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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정치승리의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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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정치승리의 방정식

입력
2004.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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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의 이목 속에 진행되는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나는 판세는 민주당 존 케리 후보가 앞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데이터로 분석한 시뮬레이션에서는 한결같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승리로 나왔다는 흥미로운 외신이 있었다.역대 대선 결과와 그때 경제 지표들의 상관관계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해 현재 상황을 대입해보니 그렇게 나왔다는 이야기다. 5개의 비슷한 연구 가운데 예일대 국제금융센터가 국내총생산(GDP)과 인플레 데이터를 사용한 시뮬레이션에서는 부시가 무려 58.5%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됐다.

순전히 경제적 요인만으로 대선의 향방을 예측하는 이 분석들이 얼마나 족집게가 될지는 11월2일 판가름이 나겠지만, 역시 정치의 성패란 경제성적표에 달려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준다. 그런 측면에서 노무현 정부는 다행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한 요즘 큰 선거가 있었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직후 40~50%에 달하던 참여정부에 대한 지지도는 나날이 추락, 현재는 반토막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취재 일선에서 느끼는 참여정부에 대한 민심의 이반(離反)현상은 한층 심각하다. 지난달말 제주에서 전경련 주최로 열린 서머포럼에서는 연사로 나온 집권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정부 논리를 옹호하려다 참석 기업인들로부터 모질게 성토를 당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런 행사란 으레 초청 인사의 강연만 듣고 조심스럽게 한두마디 건의하고 끝나는 게 관례지만, 이날은 정부의 정책혼선과 분배위주 정책에 대한불만들이 거침없이 쏟아졌고, 흥분한 일부 참석자들이 고함을 지를 정도로분위기가 험악했다고 한다. 사실 사적인 자리에서는 불만 정도가 아니라 노골적인 적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게 요즘 참여정부에 대한 기업인들의 기류다.

이들만 그런 게 아니다. 경기침체로 가장 고통 받는 서민들의 평가도 좋을이유가 없다. 노동자들은 이미 반노조적 정권이라고 선을 그은 지 오래다. 정권의 손발이 돼야 하는 공무원 사회는 “대통령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세력이 있다”는 지적이 여권에서 나올 정도로 코드를 맞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경제부총리 입에서 “시장경제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이렇게 정부와 민심이 유리된 상황에서 나라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물론 경기는 호황과 불황을 주기적으로 반복하기 마련이고, 경제사정이 나아지면 민심도 돌아설지 모른다. “한국경제가 언제 위기가 아닌 적이 있었느냐”는 박승 한은총재의 낙관론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위기 때마다 이를 돌파하는 원동력이 돼 온 한국경제 특유의 역동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가 우울증에 빠지고 경제 주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그 증후이다.

따라서 지금 무엇보다 절실한 경제대책은 정부가 추락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희망의 등불을 밝히는 일이다. 반대세력과의 소모적 싸움에 집착할것이 아니라 민생 안정과 미래를 위한 국가경쟁력 다지기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정치가 아닌 경제로 정권의 승부를 걸겠다는 각오를, 더 이상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한국경제는 참여정부의 실패를 허락할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배정근 부국장겸 경제부장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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