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법제처 공무원들의 실수로 잘못된 법조문이 무려 10년 동안 법전에 그대로 실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법원도 별다른 확인 없이 잘못된 법전을 근거로 판결을 한 것으로 드러나 피해자들의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사고로 아들을 잃은 서모(49)씨는 11일 "국가유공자예우법 조문이 법전에 잘못 게재돼 아들의 치료비를 수년간 받지 못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1억여원의 치료비 및 5,000만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1999년 군에 입대한 서씨의 아들은 군에서 과속으로 달리던 트럭을 피하려다 크게 다쳐 사망했고 보훈청은 서씨의 아들을 국가유공자로 등록했다. 이후 서씨는 국가에 아들의 치료비 등을 청구했으나 "치료비 부담 주체는 국가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라며 거절 당했고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법원 역시 같은 이유로 기각했다.
서씨는 이번에는 지자체인 서울시에 청구했으나 "상식적으로 국가유공자에 대한 치료비를 지자체가 부담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답을 들었다. 이상하게 여긴 서씨는 변호사를 통해 법제처에 문의한 결과, 개정된 법률을 관보에 싣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부주의하게 처리한 사실을 알게 됐다.
94년 12월 '치료비는 국가가 부담하되, 지자체의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한 경우 국가가 그 일부를 부담할 수 있다'는 조항을 개정하면서 국회 직원이 앞에 명시된 '국가'인지 뒤의 '국가'인지를 구분하지 않고 단순히 '국가를 지자체로 변경한다'고만 통보한 것. 결국 '국가가 부담하되 지자체가 일부를 부담할 수 있다'로 개정된 조항이 '지자체가 부담하되 국가가 일부를 부담할 수 있다'로 둔갑해 대부분의 법전에 실리게 됐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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