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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시실리 2㎞'/늦깎이 배우 양해주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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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시실리 2㎞'/늦깎이 배우 양해주 눈길

입력
2004.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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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올해 가장 예상 밖의 충무로 수확 가운데 하나는‘시실리 2㎞’(감독신정원)일 것이다. 임창정과 권오중이 나오는 평범한 호러영화 아닐까 싶지만, 영화가 내세운 신종 장르‘펑키호러’만큼이나 영화는 색다르다. 원한을 품고 죽은 귀신의 이야기로 일단락지을 수도 있지만, 관객에게 예기치 않은 웃음과 공포를 버무려 안긴다.영화는 조직 소유의 다이아몬드를 혼자 갖고 달아나다가 걸린 조폭 석태(권오중)와 그를 잡으려는 양이(임창정) 일당의 숨바꼭질이 기본구도. 처녀귀신을 쫓아낸답시고 벌거벗고 마을을 뛰는 양이 일당의 행태도 놀랍지만, 점점 욕망의 노예가 되어가는 마을 사람들의 눈빛도 서늘하다.

영화의 코믹코드는 엉뚱한 발상에 있다. 먼저 나이 순서를 거꾸로 만든 조폭의 위계질서다.‘골룸’같은 형색을 하고 나타난 양해주(40)가 조폭 막내인 우현 역을 맡았고, 당연히 막내일 듯한 임창정(양이)이 2인자 위치를점하고 있다. 땡중 역의 박혁권이나 양해주와 연세대 신학과 동기인 안내상(41)도 독특한 조폭의 이면을 보여준다.

늙수그레한 외모에서 풍기는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막내’양해주에게 임창정이 나이를 묻는다. “개띠”라고 답하니“그럼 70년생이냐?”고 임창정이 묻는다. 당연히 아니다. 어안이 벙벙해진 임창정.“네가 그럼 94년 생이야? 너 이제 나한테 형이라고 하지 마.” 임창정의 대사는 영화의 재미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연할듯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나오는 게 바로 이 영화의 매력이다. 무덤에 응달이 진다고 나뭇가지를 자르는어설픈 귀신, 다이아몬드 하나를 얻겠다고 산 사람을 매장하는 마을사람들모두 관객의 뒤통수를 친다.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을 빼다 박은 양해주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서 엑스트라로 등장한 뒤, ‘황산벌’에서 백제 대신으로 나온 게 영화경력의 전부. 사업을 하다가 영화계 친구의 손에 이끌려 영화판에 들어왔고, ‘시실리…’에서 늦깎이의 재능을 과시했다. 다만 막판에 벌어지는 유치한 귀신소동이 흠일 뿐,‘시실리…’는 여러모로 관객의 익숙한 상상력을 배반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주목할만하다. 13일개봉. 15세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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