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아테네 올림픽선수촌 인근 데켈리아 양궁장. 하늘색 바탕에 산뜻한 유니폼을 입은 남녀 대표 6명이 훈련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전 종목(남녀개인 및 단체) 석권을 노리는 한국 양궁을 괴롭히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우선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강렬한 햇살. 선수들은 선블록 크림도 없이 맨얼굴로 훈련을 하고 있다. 최근 강화된 약물 규정으로 피부크림을 바를 경우 약물 양성반응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 선수들의 얼굴은 며칠 만에 새까맣게 변했다.
밤에는 때아닌 추위와 싸워야 한다. 선수촌의 냉방 시설이 워낙 좋아 에어컨을 꺼도 실내 온도가 뚝 떨어지기 때문. 한국에서 목감기에 걸리고도 도핑 우려로 약을 먹지 못했던 남자 양궁의 임동현과 여자 양궁의 윤미진은더욱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여자 선수들은 대한체육회에 SOS를요청, 현지교민을 통해 어렵사리 구한 담요를 덮어쓰고 자고 있다.
최강 팀으로 지목된 탓에 수시로 받아야 하는 약물 검사도 괴롭다. 여자 양궁의 박성현은 최근 이틀 연속 약물 검사를 받는 곤욕을 치렀다.
도깨비 해풍도과 맞서야 한다. 12일부터 예선라운드가 벌어지는 데켈리아양궁장은 바람이 강하게 분다. 정조준을 해도 표적판의 2,3점대 위치까지화살이 비켜가는 게 예사다. 더욱이 64강~결승전이 열리는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은 말발굽을 뒤집어놓은 것 같은 경기장이 바닷바람과 만나면서 종잡을 수 없는 회오리 바람으로 돌변한다.
파나티나이고 경기장의 경우 소음도 문제다. 관중석과 사대의 간격이 10m밖에 안된다. 작은 소리에도 활시위를 잡은 손이 떨리게 마련인데, 7,000여명(예상 관중)이 운집할 경우 관중석의 소음으로 집중력을 잃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자신감에 차 있다. 서거원 남자 대표팀 감독은 “이번 기회에 우리가 정말 실력으로 세계 정상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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