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들이 10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2주일 묵은 '부국강병' 발언에 대한 한 주간지의 해석을 새삼스레 집중 조명, 그 배경이 주목된다.중국의 주간 요망동방주간(瞭望東方週刊) 최신호는 '중앙정치국 부국강병 전략 탐색'이란 기사에서 지난달 24일 후 주석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제15차 집체 학습 모임에서 행한 연설을 풀이하며 중국 4세대 지도부의 지도 이념은 '부국강병'이라고 설명했다.
후 주석은 이 학습 모임에서 "평화 및 발전 추구와 자주적 외교 정책 유지에 있어 국가주권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국가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국방과 경제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해 갖가지 해석을 낳은 바 있다. 당시 관영 신화통신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학습 모임의 내용을 보도했고, 서방 언론들도 중국 국방 정책의 향배와 관련해 큰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대만과 홍콩 언론들은 9월 당 제16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16기4중전회)를 앞두고 후 주석과 장쩌민(江澤民)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권력투쟁 조짐으로 해석했다. 후 주석이 기존 관행을 깨고 장 주석의 영역인 국방 분야를 언급한 것은 일종의 도전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요망동방주간이 2주만에 후 주석 발언에 대한 분석 기사를 싣고 중국 언론들이 이를 주요 기사로 다룬 것은 의미심장하다.
우선 권력투쟁설을 일축하는 당의 의도가 실려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잡지는 "부국강병은 지난 100년간 지속된 중국의 소망이며, 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축으로 한 중국 제4세대 지도부가 출범한 제16기 당 대회 보고서에 이미 천명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국방 건설과 경제 건설의 협조·발전을 견지하는 방침 아래 경제발전의 기초 위에서 국방과 군대의 현대화를 추진한다"고 명시했다는 것이다.
또 지도부의 '국방과 경제의 병진(竝進)' 추구 의지를 재확인한 의미가 있다. 중국에선 역사적으로 국방과 경제의 선후 문제는 단순한 정책적 차원을 넘어 국가의 방향을 내포하고 있다. 과거 중국의 국방 정책은 마오쩌둥(毛澤東) 시절 미군의 공격을 우려해 연안의 공업시설을 내륙으로 옮긴 3선(線)정책이 상징하는 수동적 방어 개념,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 개방 추진 당시에는 경제의 국방 우위 개념이었다.
지금의 부국강병론은 중국이 경제 성장과 국력 성장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방 및 대외 정책에서도 수세적이 아닌 공세적,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후 주석 등장 이후 중국의 외교 정책도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는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평화적으로 우뚝 선다는 '화평굴기(和平堀起)'로 바뀌었다. 팽창주의의 뉘앙스가 짙게 풍기는 대목이다.
중국의 '부국강병'추진은 미국과 한국, 일본 등 주변국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나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드러난 것처럼 중화민족 중심주의와 맞물릴 경우 그릇된 패권주의 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안준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