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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재고 60일분뿐…수급 불안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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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재고 60일분뿐…수급 불안 고조

입력
2004.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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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거듭되면서 전문가들이 고민하는 주제가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은 '조금 비싸지겠지만 돈만 내면 석유를 구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였으나, 이제는 '아무리 돈이 있어도 충분한 양의 석유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들 들고 있다.

석유위기는 없을 것인가

국제 원유시장에서 마침내 '3차 오일쇼크' 가능성마저 거론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은 10일 '3차 오일쇼크 오는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3차 오일쇼크가 현실화하는 경우 하반기 국제유가(두바이유)는 평균 40달러로 상승하고 국내 경제 성장률은 최소 1.2%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이체방크도 이날 석유시장 관련 보고서에서 "러시아나 사우디아라비아, 노르웨이, 베네수엘라, 이란, 나이지리아 등 주요 산유국 가운데 두 곳 이상에서 생산 또는 수출 차질이 빚어질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사태도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석유공사 역시 이날 펴낸 '석유위기 없을 것인가'라는 분석 자료에서 "상업 석유재고에 전략비축유를 합한 전세계 석유재고에서 수송기간 등을 감안한 실제 잉여는 60일분이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잉여생산능력도 하루 150만∼200만배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석유공사는 "주요 산유국의 유전이나 생산시설이 파괴되고, 60일내에 복구되지 않을 경우 세계는 석유 절대부족이라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정부 "3차 오일쇼크 가능성 희박"

물론 정부와 일부의 전문가들은 '3차 오일쇼크'를 거론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극단적 공급부족 현상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낮은 데다 국내 석유재고가 세계 평균 재고의 두 배인 113일분에 달하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이 발생해도 흡수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3차 오일쇼크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가능성이 희박한 테러나 정치적 불안이 동시에 여러 곳에서 발생해야 한다"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현실적으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미국, 일본과 유럽의 선진국들이 평균 100일분에 달하는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기 때문에 원유부족으로 세계 경제가 공황으로 치닫지는 않는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환율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가격으로 따질 때 현재 유가는 1,2차 오일쇼크 수준에는 못 미친다"면서도 "올 연말 두바이유가 45달러(서부텍사스중질유 기준 50달러)까지 오르면 1차 오일쇼크 때의 실질 가격에 육박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도 "우리나라는 세계 9대 석유소비국 가운데 석유위기에 가장 취약한 구조를 가진 나라이므로 보다 적극적으로 원유를 비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 유가 폭등 왜

유가가 매일매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폭등하고 있는 것은 이라크 원유생산 중단과 유코스 사태 등 악재가 겹치면서 수급불안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 악재가 단기간에 해결될 성격이 아니어서 유가 불안은 비상구 없는 터널에 빠져있는 형국이다.

이라크 불안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이라크의 원유 생산중단이다. 알 사드르를 추종하는 메흐디 민병대원들이 유전이 집중돼 있는 이라크 남부도시 바스라를 집중 공격함에 따라 이라크 임시정부는 9일 "위협이 해소되기 전까지 바스라 지역 '남부 석유 회사'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루 19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 수출해 온 '남부석유회사'가 생산을 중단한 데다 현재 이라크가 보유한 재고량은 이틀 치에 불과해 수급 차질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바스라와 함께 이라크의 양대 유전인 북부 유전 역시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생산이 거의 불가능한 터라 이라크 석유수출은 전면 중단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유코스 사태 악화와 베네수엘라 변수 등장

러시아 유코스 사태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 법원은 9일 유코스 원유 생산의 60%를 차지하는 핵심 자회사 유간스크네프테가즈의 주식 동결 조치를 강행, 유코스를 파산 위기로 내몰았다. 유코스는 206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 러시아 석유 생산의 20%, 전세계 생산량의 2%를 차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정국 불안도 예의 주시할 사안이다. 15일 소환투표에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불신임 받을 경우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이에 따른 여파로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원유 재고 빠듯

전세계 잉여 석유재고도 불과 60일 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울한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다만 석유 수출국 기구(OPEC)가 다음달 회의에서 산유량 쿼터를 상향 조정할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그나마 희망을 주고 있다. 현재 OPEC의 생산 상한선은 하루 2,600만 배럴 정도지만 산유국은 이미 한계를 넘어선 하루 3,00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쿼터를 늘리더라도 산유국에게 추가 생산 여력이 있는지가 문제다. 사우디 등은 이라크 금수조치 등으로 잉여 능력 증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며 거대 석유 회사들도 신규 매장량 확보에 손을 놓은 터라 생산 증대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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