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본류가 감히 국가 정체성을 운운하다니요.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정치논리일 뿐입니다."유신정권 몰락의 기폭제가 됐던 YH사건 25주기를 하루 앞둔 10일, 당시 YH무역 노조위원장으로 파업을 이끌었던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최근 연이어 국가 정체성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YH사건은 유신독재가 절정으로 치닫던 1979년 YH무역 여공들이 회사측의 노조 탄압에 반발해 신민당사를 점거농성한 사건. 이 사건은 노조운동을 정치운동으로 끌어올림으로써 국내 노동운동의 발전에 큰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찰의 폭력진압 과정에서 절친한 후배인 김경숙씨가 추락사하는 아픔을 겪었던 최 의원은 "10대 소녀들이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파업에 나섰다는 사실이 믿겨지느냐"고 반문했다. 어린 소녀들이 매일 15시간의 중노동에 시달리는 비인간적인 현실을 외면한 채 악덕 기업인에게는 엄청난 특혜 대출을 해줌으로써 정경유착을 조장했던 게 바로 박정희 유신정권이었다는 얘기였다.
최 의원은 "'선 성장, 후 분배' 논리를 들이밀며 노동자·서민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조했던 유신의 딸이 거대야당의 대표라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한 뒤 "보수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수구집단과 공조할 일이 뭐가 있겠느냐"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4야 공조에 대해 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최 의원은 원내 진출 이후 처음 맞이하는 기일인 11일 오전 김경숙씨의 가묘가 있는 모란공원에서 추도식을 올린 뒤 유족들에게 명예당원증을 전달할 계획이다. 최 의원은 "박근혜 대표가 진정으로 국가를 생각한다면 김 열사의 묘소에 무릎을 꿇고 유신의 과오에 대해 참회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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