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유일한 복서. 스물네살 청년 나자흐 알리(47.7㎏급ㆍ사진)의 주먹은 샌드백에 척척 달라붙었다. 9일 저녁(한국시각 10일 새벽) 아테네 데켈리아 경기장 복싱훈련장은 그의 땀방울로 젖고 있었다.그는 자신을 “럭키 맨(Lucky Manㆍ행운아)”이라고 소개했다. 혼돈에 싸인 고국에서 복서들의 경기장면이 담긴 빛 바랜 포스터를 보며 혼자 연구했다. 파리가 들끓는 콘크리트 링에서 낡은 운동화를 신고 운동을 했다.
올림픽 선발전에서 중국 파키스탄 필리핀 선수 모두에게 졌지만 아테네는 그에게 와일드카드를 발급했다. 6월 이라크 재건을 돕던 전 세계권투평의회(WBC) 주니어웰터급 챔피언 와킨스의 노력 덕분이었다. 그렇게 꿈은 이루어졌다.
알리를 비롯해 7개 종목에 29명이 참가하는 이라크 선수단(48명)은 9일 호주 군수송기와 요르단 민항기를 갈아타는 등 우여곡절끝에 아테네에 도착했다. 7개 종목 중 축구(22명)와 역도(1명)만 본선에 진출했고 유일한 여자 선수인 알라 히크마트(19)가 뛰는 육상(2명)과 복싱 태권도 유도 수영(이상 1명) 등은 초청 형식이다.
그는 여장을 풀 새도 없이 한달음에 훈련장을 찾아 글러브 끈을 조였다. 알리의 목표는 메달이 아니다. 자국의 국기를 휘날리며 대회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꿈은 이루어졌다고 했다. 이라크는 그 동안 올림픽에서 동메달(1960로마) 한 개만을 따냈다.
미국과 테러에 대한 질문엔 답을 피했다. 그는 “나는 스포츠맨이다. 링 아래서, 링 위에서 운동만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아테네=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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