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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로의 언론보기] 다양한 신문은 사회의 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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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로의 언론보기] 다양한 신문은 사회의 재산

입력
2004.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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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권력이동(Powert Shift)’은 시대별로 사회에서 행사되는 권력의 내용이 달라졌음을 지적한다. 전 산업사회, 산업사회, 정보사회의 주요 권력은 각각 폭력(물리력), 돈(자본), 정보(지식) 등이다. 시대별로 권력이 바뀐다는 시각은 우리언론에 영향을 미치는 힘을 이해하고, 신문개혁을 고려할 때 유용하다.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성과로 정부의 폭력적 개입에서 벗어나 언론자유의 확대라는 권위주의 시대 신문개혁의 목표를 이뤘다. 새로운 신문이 속속 창간됐다. 신문발행 면수의 제한도 사라졌다. 신문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규제도 크게 줄었다. 그러자 경품을 앞세워 독자를 확보하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고, 자본이 신문을 움직이는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했다.

무한경쟁시장에서 자본의 논리가 적용된 결과, 소수 과점신문의 점유율이 75%에 이르렀다(2001년 광고주협회 조사). 과점신문은 스스로 권력화했고, 재벌광고주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낮췄다. 일부신문은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를 드러내놓고 지지했고, 이해관계에 따라서 정부의 정책에 제동을 거는 등 여론시장의 독과점 형성에 따른 민주주의 위기론을 불러일으켰다.

세대교체와 매체환경변화도 신문산업 전반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영상세대, 통신세대의 등장은 신문독자의 이탈과 감소를 가져왔다. 96년 69%였던 구독가구 비율이 2002년에는 53%로 감소했고, 신문을 읽는 시간도 하루 평균 44분에서 37분으로 줄었다(한국언론재단 수용자 조사).

방송채널 증가와 뉴미디어 도입으로 신문광고수입의 매체별 비중도 떨어졌다. 그러나 인터넷 포털사이트 방문객이 이용하는 채널에서 신문뉴스가 상위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특정 포털은 스포츠신문에 거액의 전재료를 제공하고, 뉴스의 독점계약을 체결했다. 인터넷이 신문뉴스에 의존함을 보여준 것이다.

신문이 제공하는 정보의 사회적 필요성과 민주주의적 기능에 주목한 유럽에서는 특히 다양성을 구현하는 신문에 대해서 제작과 유통 분야에서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중이다. 또한 일부 선진국에서 신문은 청소년의 정보습득 및 지적능력개발을 위해 ‘NIE’(수업 중 신문 활용) 차원에서 적극 권장되고 있다. 정보사회의 핵심자원이자 권력은 정보다. 정보사회에서 신문이 담당하는 뉴스, 의견의 생산과 유통기능은 더욱 중요해지는 만큼, 신문개혁은 시민이 풍요롭고 균형된 정보생활을 영위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최근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논의중인 신문개혁방안은 시장지배적 신문의 소유제한과 경영, 편집의 분리, 공정거래 확립, 공동배달제 및 언론피해 구제확대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신문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점신문에 대한 규제와 더불어 시장점유율이 작지만, 분산된 소유구조를 갖추고, 편집의 독립성이 보장된 신문을 지원함으로써 여론의 다양성을 제고해야 한다. 독립적 논조를 지향하는 신문경영의 뿌리가 튼튼할 때, 민주사회에 필수적인 공정한 보도와 균형 있는 비판의 열매를 풍성하게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진로/영산대 매스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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